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생활복음 311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33주일-작지만 비범한 영성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마태 25,21) 한강 변 들판은 하루가 다르게 색이 바래고 성기어만 갑니다. 그러나 작은 풀꽃들은 강한 생명력을 보입니다. 토끼풀과 민들레입니다. 땅바닥에 깔린 토끼풀들은 서로 힘을 보태 더욱 푸르게 작은 숲(군집)을 이룹니다. 민들레는 봄철보다 더욱 낮게 땅바닥에 깔려 꽃을 피우고 순식간에 장대처럼 쑥 키를 키워 그 위에 둥근 모형의 씨 뭉치를 올려놓습니다. 마치 지구를 들어 올린 형국입니다. 작은 풀꽃의 힘찬 모습입니다. 1. 작은 것의 영성 얼마 전, 요셉의원에 미사를 하러 갔습니다. 선우 요셉 선생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숙인 같은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셨습니다...

생활복음 2023.11.21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9주일, 전교 주일- 세상을 구원하는 평신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마태 28,19) 성 비오 10세 교종의 일화입니다. 그분은 말년에 어느 날 추기경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지금, 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물었습니다. 추기경들이 ‘가톨릭 학교를 세워야 한다’ ‘성당을 배로 늘려야 한다’ ‘사제 양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라고 대답했지만, 그때마다 “아니오. 그렇지 않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각 본당에 덕망 있고 명석하고 결단력과 참다운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 복음화의 일선에 선 평신도 사제는 성당에 있고 제대에서 복음을 선포합니다. 평신도는 세상 속에 있고 삶으로 복음을 선포합니다. 복음화의 일선에 평신도가..

생활복음 2023.10.24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8주일-혼인 예복은 전천후 예복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마태 22,2) 오늘 하늘나라 이야기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억지스럽고 섬뜩합니다. 아무리 인기 없는 왕이라 해도 왕은 왕입니다. 왕이 자기 아들, 왕자의 혼인 잔치에 초대했다면 가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짐작하겠지만, 임금은 하느님이고, 혼인 잔치는 하늘나라요, 심부름꾼, 종들은 예언자들입니다. 초대받은 이들은 당대 내로라하는 명사들,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입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이들이 가지 않습니다. 우리라면 초대에 응했을까요? 1. 누가 하늘나라를 우습게 만들었는가? 혼인 잔치를 베푼 왕은 체면이 구겼지만, 다시 심부름꾼들을 보냅니다. ‘황소를 잡고 이미 잔칫상이 차려졌고 오지 않으면 정말 낭패요.’ 그래도 초대받..

생활복음 2023.10.17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7주일-소출을 내야만 하는 하느님 나라

“너희에게서 하느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들에게 주실 것이다.”(마태 21,43) 추석 명절은 잘 지내셨나요. 넉넉한 추석이 되었을까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자칫 탐욕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소작인이 의당 내야 할 몫, 소출은 현대판 우리의 나눔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밭 소작인 비유입니다. 언뜻 지주에 대한 농민 봉기가 연상됩니다. 그러나 비유의 핵심은 더 본질적입니다. 포도원은 하느님이 만든 세상이고, 우리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피조물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소출을 내야 할 소작인이 자기 분수를 모르고 탐욕을 부린다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마음을 바꾸어 먹지 않으면 망한다는 하느님 나라 비유입니다. 1. 사태 파악이 안 되는 주인 오늘 ..

생활복음 2023.10.10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5주일-하늘나라는 맨 먼저 뽑혀 일한 이와 같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마태 20,16) 오늘 비유 말씀은 우리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교우들과 특히 노동자들과 이 복음을 나눌 때, 납득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밭 임자의 처사는 공정하지 않고 맨 먼저 온 이들의 불만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공정하지 않은 우리 현실에 대한 반영입니다. 몇 년 전 지하철 안전문 수리공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어 숨지기도 했습니다. 모두 하청업체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있는 겁니다. 오늘 하늘나라 비유의 첫 번째 청중은 맨 먼저 뽑혀 일터에 나온 이들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하늘나라 비유를 다음과 같이 각색해봅니다. 1. 하늘나라는 맨 먼저 이른 새벽부터 일한 이와..

생활복음 2023.09.26

[생활 속의 복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길 자체이신 주님을 따라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밀밭 모임의 아가다는 얼굴에 붉은 점이 가득합니다. 얼굴을 들어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고 인사도 나누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임에서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이 얼굴이 십자가라면 기꺼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했습니다. 자신이 먼저 다가가고 인사를 합니다. 자기 얼굴을 보고 우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아가다는 넉넉해졌습니다. 1. 십자가는 무엇인가? 십자가는 힘겹고 버거운 어떤 것입니다. 싫든 좋든 숙명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가시로 찌르는 병이 있었습니다. 세 번이나 그것을 없애달라 주님께 청했지만, 주님께서는,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

생활복음 2023.09.19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3주일-공동체를 통한 하늘의 신비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초창기 제자들 공동체는 허술했을 것입니다. 의기투합하여 모인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선택한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예수님께서 불러 세운 이들입니다. 베드로는 형제가 자신에게 잘못했을 때 몇 번이나 용서하면 되느냐고 예수님께 묻습니다. 아마 맏형인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동료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제자들 사이에 불협화음은 충분히 예상됩니다. 누가 높으냐로 다투기도 합니다. 어떻게 제자들의 어설픈 모임이 공동체로 자리 잡아갔을까요? 사도단 내규, 회칙을 만들었을까요? 1. 공동체를 이루는 힘은 ‘사랑의 법’ 공자님은 남의 충고는 달갑게 받아야 하나, 윗사람은 물론 그가 친구라 하더라도 쉽게 충고나 간언하지 말라..

생활복음 2023.09.13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2주일-깊이 있는 사랑

생각에도 깊이가 있듯이 사랑에도 깊이가 있습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대를 위해 희생은 물론 고통과 죽음까지도 감수하려는 마음이 큽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은 하늘만큼 높고 바다같이 깊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깊이 있는 사랑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인간, 그것도 죄지은 인간들의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시고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길을 가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스승의 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당신 계획을 미리 알려주십니다. 당신이 주로 활동하셨던 갈릴래아를 떠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가시면서 거기서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큰 충격과 혼..

생활복음 2023.09.05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1주일-교회의 문은 더 활짝 열려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 베드로의 믿음은 반석이 아닙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겠다고 장담하지만 즉시 세 번씩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발뺌합니다.(요한 14,37 이하) 오히려 검불에 가깝습니다. 검불 같은 믿음이 어떻게 반석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믿음 위에 세워진 교회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점에서 묵상하게 됩니다. 첫째, 신앙 고백에 관한 것입니다. 두 번째, 하늘나라 열쇠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입니다. 1. 나의 신앙 고백은 사랑 고백인가 베드로가 복된 이유는 정답을 말해서가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그에게 그것을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정답은 알고 있습니다..

생활복음 2023.08.29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0주일-주님의 완력을 받아넘긴 여인의 믿음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방인 여인, 가나안 여인의 믿음에 탄복하시고 그 딸을 고쳐주십니다. 어느 면에선 주님이 여인에게 한판 대결로 지신 것입니다. 여인은 어쩜 그리 여유를 가지고 예수님의 완력을 받아넘길 수 있었을까요? 여인은 한마디로 인생을 달관한 듯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유머를 알고 해학을 아는 여인입니다. 그 믿음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귀도가 떠오릅니다. 그는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죽음의 수용소의 험난한 상황을 ‘놀이’(게임)라고 속여 유머로 극복해냅니다. 1. 여인의 믿음은 어디서 오는가 먼저 믿음은 하느님의 은총임을..

생활복음 2023.08.22

[생활 속의 복음]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주님,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다산 초당. 가톨릭평화신문 DB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 선조 중 한 분인 정약용(요한)은 박해가 오자 신앙을 버리고 배교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분이 신앙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았다는 역사학자들의 의견도 많다고 합니다. 그 구체적인 예로 다산은 강진에 유배 온 후 석벽에 정석(丁石)이란 글씨를 새겼으며, 3채의 초당(草堂)을 지어 제자들을 가르치며 18년간 학문에 매진하여 목민심서 등 많은 기념비적인 저술을 남겼습니다. 이는 아마도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보며 3채의 초막을 지어 주님과 모세와 엘리야에게 봉헌하고 거기에 머무르고 싶어 한 바람을 자신도 똑같이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다산초당은 정약용의 ‘학문의 영역’이자 ‘신앙의 영역’을 상징..

생활복음 2023.08.08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6주일-부족한 자신에 대해 웃을 수 있다면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30)” 신학교에 좀 늦은 나이에 입학했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공동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료들이 아니라 소견머리 좁은 제가 문제였습니다. 밖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한 제 모습이었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신학교를 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바오로 사도의 로마서 편지가 저에게 빛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는 자신 안에 모순을 고백하면서,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바로 곁에는 악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로마 7,19 이하 참조) 저는 이렇게 마음먹기로 했..

생활복음 2023.07.26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5주일- 가시덤불을 걷어내면 모두가 좋은 땅이다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다.”(마태 13,8) 저는 한강 변 평화공원 너른 들판을 거의 매일 걷습니다. 길옆에 조성된 잔디밭이 있고 거친 들판이 있습니다. 잔디밭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기는 하나 생물들에겐 민둥산과 같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거친 들판은 온갖 풀들이 무성히 자랍니다. 많은 생명에게 보금자리요 양식이 됩니다. 성경의 배경이 되는 팔레스티나 지역은 척박한 땅이 대부분입니다. 가시덤불과 돌들이 많아 농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땅을 갈고 흙을 고르고 고랑을 내고 씨를 조심스럽게 넣을 수 있는 땅이 아닙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농부는 활기찬 걸음..

생활복음 2023.07.18

[생활 속의 복음] 교황 주일-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 살지만, 세상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머리는 하늘을 향하는 ‘하늘의 시민’(필리 3,20)입니다. 하늘의 시민은 사도 바오로의 권고대로 세상과는 대조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그리하여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 2,14-15) 그리스도인이 이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례성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참여함으로써 옛사람을 버리고 새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줍니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생활복음 2023.07.05

[생활 속의 복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하지 말 것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자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1998년 안식년 땐 남쪽을 미친사람처럼 여기저기 걸어 다녔고, 2009년엔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 소망은 한반도 북쪽을 걸어서 백두산 천지에 발을 담그는 것입니다.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꿈처럼 보입니다. 오늘은 6·25 전쟁이 일어난 날입니다. 골육상잔의 가슴 아픈 날입니다. 지금은 대화가 끊긴 지 오래고 신뢰도 바닥입니다. 무슨 화해요, 일치요, 통일인가 싶습니다. 로켓 쏘아 올리고, 로켓 쏜다고 군사훈련 강화하고 서로 위협적으로 으르릉댑니다. 다른 나라와 무슨 동맹이다, 선언이다, 협정이다 하지만, 평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습니다. 당..

생활복음 202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