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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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지구밥상] 가장 맛있는 음식이 가장 정치적이다

참 빛 사랑 2026. 6. 18. 12:08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기쁘기도 했을 모두에게 위로와 축하 인사를 보내며 식탁에서 정치 이야기로 안심하고 토론하는 날을 꿈꿔본다.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마치고 선거 당일인 3일은 다른 일로 분주했다. 늘 꿈꿔온 ‘정치적인 식탁’을 차리는 날이었다. 양수리에서 우리밀로 빵을 굽는 ‘곽지원빵공방’의 이경화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빵공방 중정에서 멋진 식탁을 차려보자고. 날 잡는 것부터 숙제였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 가능한 수요일을 찾다보니 딱 선거 당일로 정해졌다. 봄나물과 우리밀 식사빵이라는 주제로 식탁을 차릴 생각이었다. ‘정치적인 식탁’을 설명하는 언어도 채워나갔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동물적 존재에서 말하는 권리를 가진 정치적 인간으로, 나아가 타인과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랑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함께 밥 먹는 행위는 다른 생명을 나눠 먹으며 서로가 연결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식탁에서만큼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나 환대받아야 한다.”(이라영 작가의 「정치적인 식탁」 중)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끝난 날, 함께 식탁에서 삶을 나누어요. 봄나물과 우리밀 식사빵, 오래 발효된 전통장의 깊은 맛. 공정무역 와인 한 잔까지. 오늘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며, 아름다운 봄을 보내는 저녁 만찬에 초대합니다.”

‘정치적인 식탁’을 진행하는 날. 나는 2018년 당시 지방선거에 녹색당 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때 입었던 녹색 옷을 입고 ‘가장 맛있는 음식이 왜 가장 정치적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밀로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 밀가루 20㎏ 한 포대를 사서 빵을 만들려면 수입 밀보다 4배, 호밀보다 10배는 더 큰 값을 치러야 한다. 이마저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하면서 세계 밀 값의 안정성을 파괴해 좁혀진 것이다.

한국인의 1인당 밀가루 소비량은 연간 35㎏을 넘어서지만, 우리밀 자급률은 1%를 넘지 못한다. 하루 세끼 식사 중 한 끼를 밀가루로 해결하는 현실인데도 우리밀 생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밀 자급률은 15%다. 정부가 공공급식에서 자국 밀을 사용하도록 정책적으로 밀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계속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2020년 농민들은 우리밀을 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부가 밀 수매를 시작하고 2년 만에 창고에 밀이 가득 쌓이자 더는 할 수 없다며 밀 파종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생명의 씨앗을 이어나갔다. 밀은 수확 후 보관했다 다시 그 씨앗을 파종하면 된다. 종자 회사에서 씨앗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농민들 덕에 나는 지금도 우리밀로 된 국수·수제비·빵·과자를 먹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다.

3일 지방선거가 끝날 즈음 시작된 ‘정치적인 식탁’에서 우리는 왜 먹을거리가 정치와 연관이 있는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날,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녹색 신호등이 켜졌다. 경상북도 안동시 도농복합형 선거구에서 녹색당 후보이자 가톨릭 신자인 허승규(블라시오) 후보가 당당히 1등으로 시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지방선거 도전 8년 만의 기쁨이었다.

녹색당은 2012년 3월 4일 창당, 14년 만에 첫 의원을 배출했다. 정당 지지율 2% 미만이면 해산해야 하는 정당법에 맞서 헌법소원을 통해 개정을 이끌어 당명을 지키고, 꿋꿋하게 이끌어온 결과였다. 녹색당은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활동하며 세계녹색당이라는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생태적 지혜·사회적 정의·풀뿌리 민주주의·비폭력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약 25개국에서 의원을 배출해 녹색 정치를 실현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그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영국 녹색당은 당원 수 23만 명을 돌파하며, 불리한 선거제도 속에서도 2026년 지방선거에서 1300명 넘는 지방의원을 배출했다. 한국 녹색당도 이번 첫 의원 배출을 시작으로 당원 수가 늘고 더 많은 지방의원이 탄생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나갈 날을 기대해본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정치인데 정치를 말하는 일이 금기가 된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정치적인 식탁을 꾸준히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한다.




 



레시피

우리밀 빵과 곁들여 먹는 비건 완두콩 후무스



재료 : 완두콩 200g, 레몬즙 1큰술, 참깨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마늘 2알, 소금, 다시마 1쪽, 완두콩 삶은 물

사전 준비
1. 완두콩은 껍질을 벗겨 삶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소금과 다시마를 넣고 삶는다.
2. 완두콩 삶은 물은 따로 두었다가 믹서에 갈 때 사용한다.

조리 순서
1. 완두콩과 모든 재료를 믹서에 넣고 갈아준다. 완두콩 삶은 물을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한다.
2. 참깨가 부드럽게 될 때까지 충분히 간다.
3. 그릇에 담는다.

*완두콩은 단백질도 풍부하고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