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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사람들

“아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을 때 가장 행복”

참 빛 사랑 2026. 6. 12. 11:42
 

‘로사’는 스페인어로 분홍색을 뜻한다. 피크씨는 “분홍은 나의 색”이라며 “밝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는 분홍색처럼 내 삶도 항상 밝은 에너지로 가득차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미사·성체조배로 하루 시작… 밝은 에너지 비결 ‘신앙’

자녀들에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뭘 할 거니” 묻곤 해

“사람들이 원하는 건 완벽한 가족 사진 아닌 진짜 삶”








‘열여덟 남매의 엄마’이자 ‘인플루언서’인 로사 피크(Rosa Pich, 61, 스페인)씨가 5월 28~31일 한국을 방문했다. 5월 30일에는 서울 도림동교육센터에서 ‘역경 속에서도 행복 찾기’를 주제로 강의하며 자신의 삶을 나눴다. 강의에 앞서 5월 29일 명동에서 피크 씨를 만났다. 인터뷰에는 그의 두 딸 쿠키·페파씨와 서울에서 오푸스데이(Opus Dei) 회원으로 사는 아들 후암피(한국명 서지환)씨가 함께했다.

피크씨는 북적이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는 열여섯 남매 중 아홉째였고, 세상을 떠난 그의 남편 역시 열네 남매 중 일곱째였다.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부부는 결혼하면서 자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어린 시절 대가족 안에서 보낸 시간이 항상 행복했고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기에,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자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열여덟 남매의 어머니가 됐다.

​“가족이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진짜 행복이죠. 더 넓은 집이나 좋은 자동차요?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집, 또 다른 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내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있을 때가 제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의 집에서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이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같이 기도하고 밥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는 하루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피크씨는 “물론 늘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면서 “저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고, 아이들끼리는 투닥거리고, 이거 달라 저거 달라 난리도 아니었다”며 크게 웃었다.

​가족을 하나로 연결하고 중심을 잡아준 것은 신앙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항상 “사람은 몸뿐 아니라 영혼을 가진 존재”임을 강조했다. 먹고 운동하며 몸을 돌보는 것만큼 기도하고 묵상하며 영혼을 가꾸는 시간이 중요함을 늘 알려줬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람을 이 세상에 보내신 이유를 끊임없이 심어줬다.

“아이들에게 늘 ‘너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거니?’라고 물어보곤 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정치인이나 성직자들만의 몫이 아니니까요. 평범한 사람도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바른 학생,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 좋은 친구로 충실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시작입니다.”

 


​그는 열여덟 자녀를 낳았지만, 그중 세 아이를 병으로 떠나보냈다. 2017년에는 평생의 동반자였던 남편마저 암으로 사별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하느님께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울부짖으며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다. 그러다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막내는 일곱 살이었다. 그제야 그는 눈물을 멈추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엄마가 필요했습니다. 내가 계속 슬퍼하고 울면 아이들도 늘 울며 지낼 테니까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웃음을 되찾아야 했습니다.”

​고통의 한가운데서 그가 다시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크씨에게 행복이란 고통을 피하거나 외면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는 “하느님께서 십자가를 허락하신다면, 그 십자가를 지고 갈 힘도 함께 주신다는 것을 믿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는 매일 아침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성체조배를 합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자 제 행복의 원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13만 명의 팔로어를 지닌 그는 스페인에서 유명 인사다. 길을 가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할 정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이들과 소통해온 덕분이다. 피크씨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가족 사진이 아닌 ‘진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SNS 공간에는 열 명이 넘는 아이를 키우는 대가족의 일상이 아무런 포장 없이 그대로 담겨 있다.

​“‘로사도 저렇게 사는데, 아이 한둘 키우는 나도 힘을 내서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 삶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분홍색 옷차림도 남달랐다. 피크씨는 “이곳에 오기 전 아침 7시 명동성당 미사에 참여해 기도하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10년 전 그가 펴낸 책은 한국에도 번역됐다. 한국어판 제목은 「하나, 둘, 셋 다둥이 엄마는 행복합니다」이지만, 영어판 제목은 「로사, 당신의 비결은 무엇입니까」였다. 그 비결은 ‘신앙’이라며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