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제 연주를 듣고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음악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가만히 토닥여줄 수 있었다는 것은 제가 감히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추구하기 어렵지만 ‘꾸준함’, ‘성실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나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수없이 흔들리고 넘어지지만 좌절하지 않고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해요. 하느님께서는 성실하신 분이시라는 믿음만 있으면 인간사의 흥망성쇠는 크게 방해되지 않는 것 같아요.
▶삶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을 때는 언제였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고 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해금인데요. 몇 년 전에 꼬리뼈 쪽 신경을 꽉 채울 정도의 큰 낭종이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 ‘바닥에 앉지 마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수술도 불가능해 좌절했어요, 전통음악을 연주할 때는 무조건 바닥에 앉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해금을 그만두라는 말처럼 들렸어요. 요즘은 귀 쪽에도 낭종이 생겨서 두통으로 고생해요. 치료도 안 되고, 나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답답해요. 진통제를 먹으면서 의자에 앉거나 서서 연주를 계속하고 있어요. 언제 해금을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해요.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 성경 말씀은?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는 말씀을 제일 좋아해요. 이 말씀을 떠올리면 정말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기도 하고, 또 내가 모든 일을 해낼 수는 없어도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 내 안에 계시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위안도 들어요.
▶성서 모임에서는 어떤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았나요?
모든 성서공부와 연수가 좋았어요. 하나만 꼽으라면 청년성서모임에서 탈출기 연수 봉사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당시엔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미래가 불안해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볼까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탈출기 봉사지도 사제 허영엽 신부님께서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발견해내고 그것을 다른 이를 위해 쓰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 마음을 다잡았어요. 당시에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확신이 들었거든요.
▶언제 가장 기도를 열심히 하나요?
연주할 때마다 늘 속으로 기도를 해요. 해금이라는 악기는 워낙 예민하고 정해진 음정이 없어서 왼손의 미세한 힘으로 음정을 조절해야 해요.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현이라 온도와 습도에 약해서 조율해놨던 음정과 많이 달라져요. 농담으로 ‘해금은 정말 기도가 필요한 악기’라고 하거든요. 저는 ‘듣는 분들이 분심이 들 정도로 안 틀리게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기도 해요. 보통은 ‘한 음도 허투루 놓치지 않고 그 안에 하느님의 마음을 담아서 연주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 다른 기도는 몰라도 이 기도는 꼭 들어주시더라고요.
정겨운씨는 작년 말부터 서울 목동성당에 소그룹을 만들어 2주에 한 번씩 기도 모임과 해금 수업을 하고, 거동이 불편해서 문화생활이 어려우신 장애인들께는 직접 찾아가 연주를 하는 등 다양하게 봉사하고 있다. 그녀는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공부를 좀 더 해서 음악 치료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주변에 좀 더 도움이 되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재능을 너무나 잘 사용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필요하다는 곳에는 가능하면 마다치 않고 달려간다. 그녀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기도와 함께하는 해금 연주를 들었으면 좋겠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