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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한국 교회, 북한 인권 개선에 체계적이며 평화적 접근 시도해야

참 빛 사랑 2021. 5. 30. 21:22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주관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 세미나

▲ 20일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와 쟁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북한 ‘인권’을 두고, 요즘 국제 사회의 논란이 뜨겁다. 유엔 총회에선 2005년 이후 해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에 우려를 표명하는 북한 인권 결의문이 채택되고 있다. 국제 민간단체들도 보고서 발간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부 개정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가운데 대북전단 금지와 관련한 규정을 놓고도 국내외에서 논쟁이 이어진다. 미 의회도 이미 2004년에 상ㆍ하원 만장일치로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북한 인권 개선에 관심을 보였다. 북한 인권 문제는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가 대북 강경론과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구실이 돼 왔다.

가톨릭교회는 그러나 이 같은 국제 사회의 인권 개입 전략과는 다소 다른 견해를 밝힌다. 교황청은 ‘인권 탄압 국가’에 대해서는 인권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경제제재에 대해선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중재적 접근’ 태도를 보인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북한 인권 문제, 입체적 접근이 필요


의정부교구는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성당 희년의 집에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 주관으로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유튜브를 활용한 온라인 세미나를 주최하고, 현재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다. 세미나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인 백장현(대건 안드레아, 한신대 초빙교수) 박사의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와 쟁점’, 같은 연구소 운영연구위원인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의 ‘가톨릭 사회교리로 보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발표를 바탕으로 박동호(서울대교구 이문동본당 주임) 신부와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정진석 목사, 화해평화연구소장 전수미 변호사,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등이 토론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개회식 축사에서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는 단순한 ‘숙제’가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역사와 관계들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며 “대북전단 금지법 논란이나 인권의 보편성과 상대성 문제, 국가 주권과 인도적 개입 문제 같은 인권 현안을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라는 맥락에서 살펴봐 주시고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해법에 관한 의견도 나눠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백장현 운영연구위원은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북 인권 정책은 자유권이나 사회권, 발전권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면서 접근하되 당면한 긴급 과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국제 사회를 설득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식량난 해결이 시급할 때는 생존권을 우선시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치중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시급할 때는 평화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면서도 “모든 단계에서 자유권 신장은 지속해서 요구해 북한으로 하여금 진일보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운영연구위원은 인권의 보편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성안 과정을 보면, 인권의 보편성이 문화적 특수성과 상충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선언’에서 모든 인권은 보편적이고, 불가분적이고, 상호의존적이고, 상호 연관돼 있다고 밝혔듯이 자유권과 사회권, 평화권, 발전권 등 인권의 여러 내용 중 하나만을 부각하는 주장은 인권의 실질적 보호와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권과 평화권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을 핑계로 평화가 파괴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평화를 명분으로 인권 침해가 용인되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평화권과 인권의 우선순위 논쟁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서 인권을 최대한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백 운영연구위원은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도 군사독재 시절 분단 현실을 이용한 각종 탄압과 인권유린 경험이 있었다”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장기적이고 단계적이며 입체적인 관점에서 진행돼야 하고, 분단체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실천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 인권 증진 위한 가톨릭의 역할은


박문수 운영연구위원은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그때가 언제든 가톨릭교회가 관심을 두는 건 윤리적 당위이고, 이는 북한도 예외일 수 없으며, 북한 인권을 거론하는 국가나 집단, 개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면서 “인권을 요구하는 주체는 방식과 과정도 인권적이어야 하고, 인권과 평화권은 어느 가치를 우선할 게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운영연구위원은 교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취해야 할 방향으로 △한국 교회는 인권의 보편성을 인권의 제1 원리로 승인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교회 고유의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하며 △인권 문제에 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가진 교회 바깥 인물이나 기구, 정부로부터 적용사례를 배워야 하고 △인권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인권의 불가분성을 지지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에 접근하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북한이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인도적 지원과 함께 도덕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운영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체제는 스스로 인권을 증진하기 어렵고, 미ㆍ중 대결이 강화 지속하면서 북한 인권 개선은 뒷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 한반도 평화구축이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래서 한국 교회는 북한 인권 개선에 체계적이고 인권적이며 평화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이 함께 고민해야 할 한반도의 인권 문제이며, 앞으로 한반도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과 조응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인권 대화 경험이 풍부한 유럽연합(EU)과 함께 남ㆍ북이 인권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고, 이 인권 대화에서 가톨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