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끈기, 신앙의 눈으로 살펴보기

“존버(비속어, 끈질기게 버틴다는 의미)는 승리한다”는 신조어가 현실이 된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실상 해체 준비에 들어갔던 한 걸그룹이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그것도 4년 전 노래로 말이다. 4년 전 노래가 ‘떡상’(어떤 수치 등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의미)하면서 무명가수에서 인기 걸그룹이 됐다. 브레이브걸스 이야기다. 한순간에 최고의 걸그룹 반열에 올랐지만, 이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에 대한 결실을 본 브레이브걸스의 이야기를 신앙의 눈으로 살펴본다.
역주행 시동
브레이브걸스는 2011년 데뷔해 여러 차례 멤버를 바꿨다. 2016년 2기 체제로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2017년 3월 ‘롤린’을 발표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2020년 8월에는 신곡 ‘운전만해’를 발표하며 지금의 4인조 체제로 활동했지만, 반응은 역시나 미지근했다. 해체설도 나돌았다. 실제로 일부 멤버는 숙소에서 짐을 뺐고 취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멤버 유정은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안 되겠다. 빨리 정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끼리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23일의 일이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월 24일 유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오면서 브레이브걸스의 운명은 바뀌었다. ‘비디터(VIDITOR)’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브레이브걸스 롤린 댓글 모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브레이브걸스의 공연과 방송 영상, 댓글 등을 편집한 3분 19초 분량의 영상으로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의 시동을 걸었다. 이 영상은 현재(4월 12일 기준) 조회 수 1688만 2620회, 댓글 4만 6210개를 기록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이 영상을 발판삼아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음악 방송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3월 7일 롤린(Rollin‘)을 발표한 지 4년, 데뷔 10년 만의 일이었다. 멤버인 유정은 댓글을 통해 “많은 분이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또 다른 시작을 기약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사회에 희망의 씨앗 뿌린 역주행의 아이콘
이 모든 것은 브레이브걸스의 노력과 인내 없이는 불가능했다. 브레이브걸스는 관객들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군 위문공연에서는 더욱 그랬다. 힘들지만 무대에서는 웃었고 관객들, 특히 장병들의 응원을 받으며 힘을 얻었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군 위문공연을 다니는 강행군을 했고 5분 공연을 위해 왕복 12시간 배를 타고 백령도를 가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그 노력은 빛을 본다는 믿음으로 무장한 채 다시 무대에 섰다.
이런 브레이브걸스의 인기는 군대 내에서 절대적이었다. 군복무 시절 브레이브걸스를 통해 힘을 얻은 ‘리얼아미(army)’ 군인들은 롤린을 군가처럼 따라 불렀다. 브레이브걸스는 밀보드 차트(밀리터리와 빌보드차트의 합성어) 1위를 차지하며 군통령(군대에서의 대통령을 의미)으로 불렸다. 특히 롤린은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과거 영상 속 떼창(떼를 지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의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군인들의 브레이브걸스에 열광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중 하나는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전쟁 이김”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아이돌은 초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보통 다 해체되는 만큼 초기 성공이 매우 중요한데 브레이브걸스가 해체되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은 고난을 견디며 버텼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레이브걸스 사례는 매 순간 충실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재확인해줬다”며 “미래를 보고 순간을 충실하게 산다면 얼마든지 나중에 보답 받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석희(아가타)씨는 “브레이브걸스의 노력과 브레이스걸스가 잘 되길 바라는 군인들의 마음, 노력하는 이를 응원하는 대중의 마음이 더해져 브레이브걸스 열풍이 일어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평균 나이 30.5세인 브레이브걸스는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리스도인은 실패와 상처 속에서도 하느님 만나야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남상근 신부는 브레이브걸스 사례와 관련해 “많은 이가 열광하고 이런 열광이 가속화되는 이유의 이면에는 닫힌 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해방과 역전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투영돼 있다”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이들을 보면서 심리적 쾌감이나 위안을 얻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꿈은 이루어진다’의 2021년 버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남 신부는 “우리는 긴 시련을 견디는 내적인 힘을 가지기 전에 숱한 실패 앞에서 좌절하고 포기하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실패 앞에서 초라해지고 자존감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패의 혹독한 시간을 통과해 얻게 된 것은 쉽게 얻은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며 “그 성과에는 꿈과 눈물, 열정과 한숨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이다. 남 신부는 “신앙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신뢰’(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신뢰)로 스스로를 믿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굽은 자를 가지고 직선을 그으신다’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며 “우리에게는 쓸모없는 굽은 자일지라도 하느님 손에 들려지면 원하시는 대로 이루신다는 신뢰로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돌파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마태 19,30)의 말씀도 실패의 순간에는 기억할 만하다”며 “하느님은 현상 유지의 하느님이 아니라 역전하시고 변화시키시는 하느님이라는 희망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시련이나 고통, 실패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 신부는 “우리는 세상의 성공이나 인정, 전진과 성취 속에서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만, 실패와 불신, 후퇴와 상처 속에서도 만날 수 있고 만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하느님께서 언제나 옳은 일을 하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언제나 옳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기획 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교회 보화 번역하며 함께 걷는 성소의 길 (0) | 2021.04.22 |
|---|---|
| 더 나은 신앙생활 위해 고향 떠나 서울로 상경한 최양업 일가 (0) | 2021.04.19 |
| 헨리 8세의 이혼, 영국과 로마 가톨릭의 결별로 이어져 (0) | 2021.04.19 |
| 팬데믹으로 영세자 수 급감… 미사 참여 줄고 세대 양극화 심해졌다 (0) | 2021.04.19 |
| ‘뚝딱뚝딱’ 깎고 다듬다보면 새겨지는 신앙의 즐거움 (0) | 2021.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