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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주님, 오늘 급식에도 고기 반찬 대접하게 도와주세요”

참 빛 사랑 2020. 4. 29. 21:13

인천 꽃동네회관 무료급식소에서 일어나는 나눔의 기적

▲ 인천역 앞에 자리한 무료급식소에서 이태은 수녀와 배식 봉사자들이 배식 봉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했다. 봉사자들은 급식소 이용자들이 가져온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주는 일을 한다.

 

▲ 이태은 수녀가 인천 꽃동네회관 주방에서 시래깃국을 대형 국통에 옮기고 있다. 이 수녀 옆 주방 벽에는 일주일 급식 메뉴가 적혀 있다.
▲ 이태은 수녀가 무료 급식소를 찾은 노숙인의 배낭에 국이 담긴 용기를 넣어주고 있다.




정성으로 마련한 한 끼의 식사는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에게 복음이요 부활이다.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메마른 육신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부활 제4주일, 인천 꽃동네회관 무료급식소를 찾아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는 복음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가는 길부터 쉽지 않다. 인천 중구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인천 꽃동네회관이 보인다.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갓 지은 밥과 구수한 국 냄새가 가득하다.

인천 꽃동네회관 무료급식소 원장 이태은(야고보) 수녀는 “이곳에서 180인분이 넘는 식사를 준비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무료 급식소로 옮겨 배식한다”며 “하루에 쌀을 42㎏ 넘게 쓰는데 대형 솥에 밥을 7번 해야 하는 양”이라고 했다.

인천 꽃동네의 사도직은 2005년 부평역 인근의 노숙인에게 급식하며 시작해 지금에 이른다. 식재료와 봉사자 등 모든 게 넉넉했던 적이 없다. 수도자들은 가진 것이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뿐이었던 제자들의 심정으로 굶주린 군중 앞에 서야 했다. 지금도 수도자 2명을 포함해 5명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고 시설 또한 열악하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부엌은 6㎡에 불과하고 부엌 옆 공간인 주차장 자리에서 식재료를 다듬어야 한다.

상황을 설명하던 이 수녀가 푸드뱅크 등을 통해 기증받은 깍두기를 번쩍 들어 옮긴다. 무게만 20㎏에 달하는 물건들을 쉴 새 없이 나르다 보니 몸이 성할 날이 없다. 이 수녀는 “올해 수녀님 한 분이 새로 오시고 주방 봉사를 하는 자매님도 매일 오다시피 하셔서 지난해보다 상황이 좋아졌다”고 했다. 부임 때는 지붕도 없는 공간에서 기증받은 식재료를 분류해야 했다.

“겨울에 밖이 영하 13℃면 실내인 주차장도 영하 13℃일 정도로 추웠어요. 푸드뱅크에서 받은 물건을 분류하고 나면 새벽 1시가 넘는 날이 허다했죠.”

저녁 기도까지 마치고 새벽 2~3시쯤 잠들 때면 ‘내가 내일에도 눈을 뜰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 수녀는 “하느님 일이고,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에 죽기 살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 가난한 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했다”고 했다.

지쳐 죽은 듯 잠들어도 새날은 밝았고 ‘하느님이 맡기실 일이 아직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쁘게 아침을 맞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반복되는 음식 준비와 배식, 이 수녀는 그렇게 4년을 지냈다.



모두 배불리 먹었다

주방에서는 자원봉사자 이춘하(안젤라, 70)씨가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있다. 국은 어제 기증받은 돼지 등뼈의 살을 발라 넣어 팔팔 끓인 시래깃국이다. 짭조름한 감자 볶음도 광주리 가득 담겨 있다. 이씨는 “2015년부터 배식 봉사만 하다 작년 11월부터 일주일에 다섯 번 식사 준비를 하러 온다”며 “배식을 받아 가시는 분들이 맛있다고 인사를 하면 하루 피곤이 사라진다”고 웃었다.

급식소에서는 매일 밥과 국을 포함한 반찬 4가지가 나온다. 반찬이 넉넉하고 고기반찬도 꼭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수녀의 신념이다. “제가 고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하느님께 ‘오늘도 급식소 반찬에 고기를 올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해요.”

오후 3시, 한 사람이 급식소 문을 열고 들어선다. 급식소에서 식사하다 봉사하게 된 유춘만(빈첸시오, 61)씨다. 유씨는 “여기서 주시는 밥을 먹다가 나도 남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을 찾는다”며 “내가 어려움을 겪어 보니 남들 어려운 마음을 잘 안다고 했다”고 했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한 배식 준비가 끝났다. 이 수녀와 봉사자들이 음식과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옷가지를 승합차 가득 싣고 급식소로 향해 떠난다.



광주리 채워줄 은인을 기다리며

오후 4시, 인천역 앞에 자리한 급식소. 4시 반에야 급식이 시작되지만 벌써 60여 명이 몰려있다. 날씨가 흐려져 금방이라도 비가 올 태세다. 이 수녀가 “어르신들 너무 일찍들 오셨어. 어디 바람 피할 곳에 계시다 시간 되면 오세요”라고 말한다. 이어 하늘을 보며 “급식이 끝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손을 모은다.

급식소에는 배식 봉사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끼고 대기 중이다. 실내 곳곳에는 손 소독제도 비치돼 있다. 급식소 밖에는 테이블 5개가 1m 간격으로 놓여 있고 손 소독제가 올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풍경이다.

이 수녀는 “코로나19로 급식을 못 할 뻔했는데 이분들이 굶는다는 생각에 서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라며 “급식소를 찾은 분들이 번호표를 받아 시차를 두고 테이블 앞에 서 있으면 가지고 온 플라스틱 용기에 세 끼가량 드실 음식을 담아 드린다”고 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은 70대 이상의 어르신이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도 눈에 띈다. 부평역 등지에서 급식하는 단체 등이 65세 이상에게만 급식을 주다 보니 이쪽으로 오는 경우다. 젊은 노숙자라도 먹지 않으면 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수녀는 “오시는 분 중에 먹고 살만한데 오는 이도 있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공짜 밥을 먹는 게 미안해 종일 폐지를 주워 모은 1000원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며 “같은 밥을 먹는데 인생의 마지막은 다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왜 밥만 드리고 저분들을 변화시키지 못할까” 하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급식이 시작되고 전동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 팔이 불편한 할머니, 노숙자들이 음식을 받아 배낭에 넣는다. 김금자(74, 가명) 할머니는 “인천에 살다 안양으로 이사가 2시간 걸려서 이곳을 찾는다”며 “나이가 들어 몸도 성치 않은데 이렇게 하루 먹을 양식을 챙겨주니 봉사하시는 분들이 자식보다 낫다”며 고마움을 표한다.

이 수녀는 그들에게 밥이 희망일 수 있다고 했다. 밥을 먹고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 어려울 때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희망, 소외된 곳에서 사람들과 다시 어울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했다. “희망과 비슷한 말이 부활이 아닐까 해요. 봉사자들과 저희 수고는 주님이 아시니 하늘나라에서 갚아주시리라 믿어요.”

하루 양식, 아니 희망을 받아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 수녀가 바람이 있다고 했다. “급식과 별도로 매주 한 번 저녁에 역 근처 노숙인을 찾아 음식을 건네는데 한 분이 ‘사흘 만에 밥을 먹었다. 수녀님이 일주일에 두 번 오시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했죠. 그분들 위한 급식을 늘리고 그분들이 씻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주님께 매달리고 있으니 은인이 나타나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