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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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한 젓갈에 달콤한 사랑을 실어 20년.

참 빛 사랑 2020. 1. 2. 21:46


강경에서 늘봄젓갈 운영하는 김형근씨,

어려운 이웃과 복지시설 등에 꾸준히 젓갈 보내


▲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하는 김형근(루카)씨가 늘봄젓갈 상점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젓갈의 고장 충남 논산시 강경읍.

늘봄젓갈을 운영하는 김형근(루카, 73)씨는 매장 안에서 택배로 보낼 젓갈 포장 작업에 분주하다. 포장을 마친 김씨는 택배 상자 윗면에 고 이태석 신부의 사진과 “남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푸는 것이래요”라는 글귀가 새겨진 스티커를 정성스럽게 붙인다. 사제 중에 이태석 신부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씨. 어려운 이웃과 교회 내 사회복지단체, 수도원 등에 무료로 젓갈을 보낸 지 벌써 20년 째다.

김씨는 “부모와 이웃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 오늘의 내가 성장했으니, 부모님과 이웃에게 외롭지 않은 큰 사랑을 듬뿍 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어려운 분들께 베푸는 것이 행복이고 철학”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중학교 졸업 후 목수로 전국 각지를 돌다 마흔이 넘어서야 고향 강경에 정착했다. “신앙생활에 충실하고 베풀며 살라”는 선친의 뜻에 따라 1990년부터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홀몸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반찬 등을 가져다주고 있다. 또 김씨가 후원하는 단체는 200여 곳이 넘는다. 한 달 후원금으로 나가는 돈만 600만~700만 원이다.

주머니에 돈이 생기면 이웃에게 베풀기 바빴던 삶이기에 지금껏 점포에 딸린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어서면 천장이 닿을 것 같은 방 한쪽은 침대가, 맞은 편은 책상과 책장이 자리하고 있어 사람 둘 앉기에도 빠듯하다.

김씨는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상하게 돈이 들어온다”며 “6남매가 무사히 잘 컸고 아버지 이해해주고, 자기들 앞가림은 다 하니 하느님 은총”이라고 감사해 했다.

김씨는 얼마 전 손목터널증후군이 심해져 오른손 수술을 받았다. 매일 오토바이로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고 홀몸 노인들을 찾아가 반찬과 간식거리를 몇 시간에 걸쳐 전달하다 보니 손목이 견뎌나질 못한 것이다. “제가 반찬 들고 오기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쉴 수가 없어요. 어제는 택시를 불러서 열여섯 가정을 다녀왔지요.”

김씨는 어르신들을 찾아갈 때면 늘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르신들의 기운을 북돋아 드리려는 속 깊은 농담이다. “할머니에게는 아가씨, 할아버지에게는 청년이라고 해요. 이거 드시고 건강해져 시집 장가가시라고 하면 정말 좋아하셔요.”

어려운 분들을 가족처럼 모시는 선행에 김씨는 강경의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공중파와 신문 등 각종 매체에 소개되며 김씨의 좋은 뜻에 함께하겠다며 쌀과 과일 등을 보내오는 후원자들도 생겼다. 김씨는 “쌀이 들어오면 쌀을 나눠 드리고 양파, 포도즙이 들어오면 어르신들 찾아뵐 때 가지고 간다”며 “여름 보양식으로 닭을 사도 상점 주인들이 싸게 주거나 돈을 안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뷰 중에도 이웃 상인이 들어와 “손목도 못 쓰는데 좀 쉬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타박이다.

김씨가 붕대를 감은 오른손으로 후원할 젓갈을 또 다른 상자에 담기 시작한다. “힘이 닿는 데까지 이웃들 도우며 살고 싶어요. 오토바이 못 탈 때가 되면 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하느님께서 이끄시겠지요. 이웃에게 봉사하면서 여생을 살고 싶어요.”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