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대한민국에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몰려온다. WYD(World Youth Day), 즉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가톨릭이 주최하지만, 종교와 국적을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회 규모도 올림픽과 월드컵에 맞먹는다. 지난해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 명이 참여했다. 서울 대회도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울 등 전국 교구에서 2주간 열리는 대회의 외형적 규모 못지않게 내용도 미래지향적이다. 젊은이들이 모두 형제가 돼 서로의 고통을 위로하고 화해의 장을 펼친다. 미래를 그리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는다. 가톨릭 신앙을 넘어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를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심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24일 서울 WYD 주제로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선택했다. 이는 2014년 8월 대전교구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주제인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 1)와 연결돼 있다. 당시 교황은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어나십시오. 세상 속으로 계속 나가십시오!”라고 외쳤다.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 계속 전진하면 나를 넘어 불의한 세상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천주교회는 ‘2027 서울 WYD’의 성공을 위해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도 ‘서울 WYD’를 주목하고 있다. 대상과 목표가 정해진 국제행사가 아닌, 참가하는 모든 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차이와 한계를 넘어 고통을 치유하고 희망을 공유하는 친교 축제다. 대규모 인파가 수시로 이동해 각종 행사에 참가한다. 성공을 위해선 세밀하고 꼼꼼한 홈스테이 숙박과 먹거리, 교통과 위생, 안전 대책 등이 요구된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분석한 ‘서울 WYD’ 생산 유발 효과는 11조 3698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2만 4725명이다. 그러나 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젊은이들이 훗날 “내 삶의 원동력과 이정표는 2027년 서울 WYD였다”라고 한다면, 이 가치를 과연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한국 천주교회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에 ‘2027 서울 WYD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도 지난 5월 바티칸을 방문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 제한된 단일 장소가 아닌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만큼 국가적 지원과 온 국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WYD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교황이 방한하는 서울 WYD는 교황청과 함께하는 국제적 행사로 외교적 사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 부처이지만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실 차원의 범정부 전담반(TF) 구성이 요구된다.
‘서울 WYD 특별법’은 부실한 정책과 법안의 피해를 막는 사후약방문식 특별법이 아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사전준비 차원의 지원 특별법이다. 가톨릭이라는 한 종교의 의미를 넘어 세계화 선도 국가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차원이다.
‘특별법’ 하면 떠오르는 악몽이 있다. 지난해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이다. 사전준비 차원의 특별법이었지만 총체적 관리 부실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기대 효과만을 열거한 주먹구구식 사업비 책정, 지켜지지 않은 인프라 구축 사업 등 시행령 위반으로 특별법의 의미는 퇴색됐다.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서울 WYD’ 개최까지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에는 여야 정치권과 민관이 따로일 수 없다. 온 국민이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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