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되어 자립한 뒤 직접 자오나학교의 후원자가 되겠다는 학생이 있었어요. 어렵사리 모은 100만 원을 흰 봉투에 넣어 학교를 다시 찾아 왔을 때 어찌나 마음이 뭉클하던지⋯.”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가 미혼모와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2014년 개교한 기숙형 대안학교 ‘자오나학교’ 설립 10주년을 맞아 교장 지서운 수녀가 지난날을 회상했다.
수녀회를 창립한 마리아 카르멘 살례스 성녀가 132년 전 가진 ‘스페인 사회가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에게 다른 기회를 주었다면 어떻게 될까?’란 물음을 우리 사회에 적용해 고민한 끝에 자오나학교가 탄생했다. 학교는 미혼모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약한 청소년 미혼모들을 보호하고, 임신을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검정고시·직업 교육 등을 제공해오고 있다.
지 수녀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를 뜻하는 교명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캐오가 예수님을 뵙기 위해 무화과 나무 위로 올랐고, 예수님과 눈을 마주친 순간 새 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 수녀는 “자오나학교는 생명을 지킨 청소년 미혼모들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나무 발판과도 같은 곳”이라며 “4학기제로 운영되지만, 자오나학교에서의 경험이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지혜롭게 소통하며 용기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도하며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자오나학교에는 3명의 학생이 자녀들과 함께 학업과 돌봄을 받고 있다. 2023년 말까지 양육모와 학교 밖 청소년 총 53명이 자오나학교를 거쳐 갔다. 이 학생들은 현재 간호사·어린이집 교사·대학생·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으로 일하며 희망을 일궈가고 있다. 지 수녀는 “학생들 대부분 여러 사정으로 학업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 기본 교육을 제때에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지난 10년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 늘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 수녀는 이 순간에도 생명을 지키는 데 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청소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달라”며 “생명을 지키는 것은 큰 책임과 희생이 따르지만, 엄마는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고 전했다. 지 수녀는 후원자들을 향해서도 “100%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자오나학교는 여러분 덕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앞으로 10년, 자오나학교는 더욱 많은 학생이 자신 있게 한층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곳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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