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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복음

[생활속의 복음] 성령 강림 대축일 -영적으로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시는 성령

참 빛 사랑 2024. 5. 23. 22:40
 


성령 강림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지 오십 일째 되는 날, 약속대로 협조자이신 성령을 제자들에게 보내주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 사건으로부터 교회 공동체가 시작되었고 선교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모여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평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평화, ‘위로부터의 평화를’ 주십니다. 이어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예수님의 행동은 마치 흙으로 빚은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숨을 불어 넣으시는 창조주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창세 2,7 참조) 그래서 성령을 받는다는 것은 숨으로 표현되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을 얻는 것이고 그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평화를 주시고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자 제자들은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한 제자들의 극적인 변화의 모습은 오늘 1독서인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성령 강림 이야기에서 더욱 강조되어 나타납니다. 성령의 강림으로 제자들이 적대적인 유다인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부활하신 예수님에 관해 증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그 생명이 다한 것 같았던 제자들의 공동체가 성령을 받은 후에 생명력 넘치는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제자들은 복음 선포의 길고 험한 여정에도 끝까지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성령 강림 사건은 초대 교회의 탄생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교회 성장과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기도 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영은 늘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문을 잠그고 숨어있던 제자들에게 다가가셨듯이 당신의 영을 통하여 굳게 닫힌 우리 마음의 문을 열어주십니다. 우리가 깊이 좌절하고 힘들어할 때에도 그분께서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다가와 함께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따르고자 했으나 지금 좌절해 있는 이들에게 예수님 현존을 깨닫게 해주고, 위로의 은총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시는 분이 바로 주님의 영이십니다.

우리가 두려움을 넘어 진리를 증언할 수 있거나,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견디어 내거나,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을 용서하게 된다면 바로 그것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구체적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성령 강림의 의미는 이상한 언어를 말하거나 기적적인 치유의 능력을 얻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성령을 통해 얼마나 깊이 우리 삶에 개입하고 계시는지 깨닫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삶이 새롭게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 2독서에서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라고 하십니다. 이러한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따르면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우리는 이미 성령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보다 더 민감하게 응답하기 위해서는 복음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한 성찰의 시간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를 찾고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영적으로 가난하고 연약한 우리를 항상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위로와 용기를 주시는 성령께 감사드리며 필요한 은총을 구합시다.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