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텅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봉헌하고 사도좌 축복 전해
▲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후 로마와 전 세계에 사도좌 축복을 전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속 연대와 공동선의 정신이 퍼지길 염원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인 12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적극 돕고, 우리 안에 여전히 자리한 무관심과 이기심, 분열, 망각을 걷어내자고 전 세계인에게 요청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한 후 로마와 전 세계를 향한 사도좌 축복(우르비 엣 오르비, Urbi et Orbi) 메시지를 발표하며 이같이 촉구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부활은 마술의 주문이 아니라, 악의 뿌리에서 거둔 ‘사랑의 승리’이자, 악을 선으로 바꾸는 승리”라며 “그리스도 부활의 기쁜 소식은 희망의 감염과 같다”고 주님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면서도 “전염병이 불러일으킨 애통함과 여러 어려움 가운데 올해 부활절은 육신의 고통에서부터 경제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고독한 부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황은 해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이면 사도좌 축복을 통해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관심과 위로가 필요한 지역 교회를 향한 지지를 표명하는데, 올해엔 지구촌 전체가 겪는 코로나19 고통에 사랑과 연대를 호소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수많은 군중과 함께 성대하게 봉헌돼야 할 미사는 외부와 철저히 통제된 성 베드로 대성전 안에서 극히 소수의 신자만 참여한 채 거행됐다.
교황은 “전염병은 단지 사랑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의 기회까지 빼앗아 갔다”며 “그러나 우리는 기도 속에 하나 되어 주님께서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부활했고, 언제나 너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 말씀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위정자들에게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를 위해 필요한 수단과 도구를 마련해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과 분쟁이 여전한 지역을 향해서도 분쟁 종식을 재차 호소했다.
교황은 “난민과 거리의 사람들, 세상 모든 변두리를 채우는 가장 약한 형제자매들이 홀로 방치되어선 안 된다”며 “많은 활동이 폐쇄됐지만, 필수품과 의약품 조달을 비롯해 적절한 의료 지원의 기회가 부족하지 않게 해달라”며 전 세계에 공동선을 호소했다.
또 지구촌을 향해 “가장 빈곤한 국가의 무거운 저울이 되는 부채를 줄이거나 탕감해줌으로써 모든 나라가 제때에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도 말했다. 유럽연합(EU)에도 “일부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이기심과 과거로 회귀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경쟁심 대신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도 전했다.
아울러 교황은 “지금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돼야 할 거대한 재화를 써가며 무기를 만들어 거래를 계속할 때가 아니다”라며 시리아와 예멘, 이라크와 레바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내전과 분열을 멈추지 않는 지역을 향해서도 당부했다. 그러면서 전염병 환자들과 희생자, 가족, 노인, 이주민과 난민,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희망을 간구하고, 아울러 이웃을 보살피는 의료진과 경찰, 군인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교황은 “무관심과 이기심, 분열, 망각이란 단어들을 추방하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고통받는 인류의 상처들을 치유해 주시도록 그분을 바라보자”며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구원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주님께서 가련한 인류의 어려움을 흩어버리시고 우리가 결코 저물지 않는 당신 영광의 날로 인도해주시길 기도하자”고 재차 염원했다.
이날 미사는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TV와 온라인으로 예식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전대사의 은총이 수여됐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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