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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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도시들

[성경 속 도시] (68) 막펠라.

참 빛 사랑 2017. 10. 4. 17:30

이스라엘 성조들이 잠든 곳


▲ 아브라함은 사라가 세상을 떠나자 히타이트 사람에게 막펠라 밭에 있는 동굴을 구입해 장례를 치렀다. 아브라함이 마므레 참나무 곁에서 세 천사의 방문을 받는 모습을 그린 세밀화. 출처=「성경 역사 지도」



헤브론에 있는 막펠라 동굴은 이스라엘의 성지 중의 성지로 손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의 뿌리라고 믿고 존경하는 이스라엘 성조들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전 헤로데 대왕이 건설했다고 알려지는 무덤 위의 거대한 회당 건물은 그 위용이 대단하다. 거대한 성벽은 무덤을 둘러싸고 있다. 이 성벽은 이스라엘 성전 성벽과 아주 흡사하게 건설됐다. 회당 내부는 기품있는 중세 건축과 아라베스크 장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사악과 리브가의 무덤임을 알려주는 표시가 있는 가장 넓은 홀의 한쪽 구석에는 막펠라 동굴로 들어가는 작은 입구 위에 둥근 천장이 있다. 또 다른 작은 방에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무덤이 있으며, 안뜰을 지나면 야곱과 레아의 무덤이 있다.

성경에 보면 아브라함은 조카 롯과 분가하여 얼마 동안 이 부근의 상수리나무 아래에 거주했다. “아브람은 천막을 거두어,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으로 가서 자리 잡고 살았다. 그는 거기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았다”(창세 13,18). 사라는 여기서 죽고, 아브라함은 아내의 묘소로 히타이트 사람에게 막펠라 밭에 있는 동굴을 구입해 장례를 지냈다(창세 23,2-20).

이 동굴을 아브라함에게 팔았던 사람들은 바로 히타이트 사람이었다. 구약성경에서는 히타이트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나온다. 히타이트족은 기원전 2000년께 오늘날 터키반도에 정착하고 역사상 처음으로 철을 성공적으로 무기로 이용한 민족이었다. 그들은 한때 시리아에 있던 여러 나라를 멸망시키고, 수도에 견고한 성벽을 쌓는 등 히타이트 왕국을 큰 제국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히타이트 왕국은 기원전 1200년께 갑자기 해양 민족의 침입을 받아 멸망했다.

그런데 히타이트 사람들이 처음에는 아브라함에게 호의를 베풀면서도 그에게 토지에 대한 소유 권리만큼은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즉, 죽은 자의 매장은 허락해 주었으나 소유하려는 토지매매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끈질긴 요구로 무덤의 토지가 아브라함의 합법적인 소유로 되었다. 아브라함은 모든 히타이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충분한 가격을 치르고 ‘법적 소유권’을 공인받았다. “성문에 나와 있는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아브라함의 재산이 되었다”(창세 23,18). 이 땅에 자기 아내 사라를 안장하고 후에는 후손들이 쓸 무덤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사악과 야곱도 한때 헤브론에 머물렀다(창세 35,27). 그리고 이사악과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을 이곳에 묻었다. “그의 아들 이사악과 이스마엘이 그를 막펠라 동굴에 안장하였다. 이 굴은 마므레 맞은쪽, 히타이트 사람 초하르의 아들 에프론의 밭에 있었다”(창세 25,9). 그 후 이곳은 베들레헴 근처에서 죽은 라헬을 제외하고 이사악과 리브가와 레아, 그리고 야곱도 여기에 안장되었다.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분부한 대로 하였다. 그 아들들은 아버지의 주검을 가나안 땅으로 모셔다, 막펠라 밭에 있는 동굴에 안장하였다. 그 밭은 마므레 맞은쪽에 있는 것으로서, 아브라함이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에게서 묘지로 사 둔 것이다”(창세 50,12-13). 아브라함은 이미 아내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죽음과 먼 미래 후손들의 삶을 준비했던 것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