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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 나의 기업] (21) 유영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유도 회장

참 빛 사랑 2016. 11. 25. 11:59

플라스틱 사출성형 1위 기업 일구며 하느님의 길 걷는다

▲ “고객 가까이에서 혼을 녹이는 열정으로 기술 이상의 가치로 최상의 만족을 드리겠다”고 다짐하는 유도그룹 유영희 회장이 본사 공장의 한 작업장에서 빙긋 미소를 짓고 있다.

이창훈 기자


▲ 경기도 화성 유도그룹 본사 정원에 조성된,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유도인 상과 ‘유도의 길’ 및 ‘사훈’이 새겨진 조형물.


▲ 경기 화성시 팔단면 서해로 39번 국도 옆에 있는 유도그룹 본사 공장. 전경. 외양만 보면 공장이 아니라 큰 수도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유도는 땅에 두 발을 내딛고 있으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현실에 충실함으로써 오늘에 감사하고 소명에 충실함으로써 머무르지 않으며, 끝없는 최선을 다해 창조적 도전을 계속한다.’ (주)유도 유영희(프란치스코 하비에르, 70)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유도의 길’이다.

외길을 걸었다. 목표는 뚜렷했다. 하지만 눈앞에 다가온 목표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는 4대째 구교우 집안 출신이다. 광주 살레시오중고등학교를 거쳐 대건신학대학(현 광주가톨릭대학교)을 다녔다. 사제가 꿈이었다. 그러나 부제품을 받기 직전 퇴교당했다. 개성이 강해서 사제직에 적합지 않다는 게 퇴출 이유였다. 철이 들고 목표를 세워 14년 동안 달려온 길이었는데 목표가 없어져 버렸다.



속에서 성을 구현하라

방황했다. 그러나 그 방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땅에 두 발을 내딛고 있으면서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것을 잊지 않은 덕이었다. 기도하며 뜻을 구했다. ‘성(聖)과 속(俗)이 다르지 않다’는 독일 신학자 본회퍼 목사의 말이 떠올랐다. ‘사업가가 되어 속에서 성을 구현하라’는 내면의 소리도 들었다.

영어를 잘한 덕분에 대우전자에 입사, 수출부에서 2년을 일했다. 두어 개 회사를 더 옮겨 다녔다. 1980년 초 미국 잡지에서 ‘핫 러너’(Hot Runner)를 알게 됐다. 플라스틱 제품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제품 원료가 사출 금형에서 굳어지지 않고 골고루 퍼지도록 열선을 내장한 설비다. 반짝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그해 겨울 서울 동교동에 한 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유도무역상사를 차렸다. (주)유도(柳道)의 시작이었다.

“‘유’는 제 성(姓)에서, ‘도’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하신 예수님 말씀(요한 14,6)에서 따왔습니다.”

‘앞은 제가 책임질 테니, 뒷감당은 주님께서 해주십시오’라는 속내가 있었다.

작은 소매상이었다. 하지만 목표는 독자적 기술 개발에 있었다. 이공계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기초공학 서적을 읽고 공부하며 개발에 몰두했다. 무역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연구 개발에 쏟아 부었다. 3년 만인 198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핫 러너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혼을 녹이는 열정’ ‘열린 마음과 끝없는 창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뒷감당을 하느님께 맡긴 것도 주효했겠지만, 약사인 아내(최영희 모니카)의 내조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터다.

1987년 일본에 핫 러너 부품 수출을 시작으로 국제 시장에 진출한 (주)유도는 대외적으로는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 향상, 사출 주변장치 개발, 공장 자동화와 무인화 등 기술 혁신을 통한 품질 향상과 설비 자동화에 힘을 쏟았다.

이렇게 3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주)유도는 유도썬스, 유도스타, 페트원, 유도로보틱스 등 다섯 계열사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성장했다. 세계 40여 나라에 24개 생산 공장과 해외 지사를 포함해 133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80%, 세계 시장 점유율 1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 화성시 팔탄면 서해로 39번 국도 옆에 있는 유도그룹 공장. 4만 3000여 평의 대지에 본사와 계열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마치 큰 수도원을 연상시킨다. 유 회장이 직접 구상한 것으로, ‘속에서 성을 이룬다’는 첫 다짐을 외형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외형보다 유 회장이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내면이다. 유도그룹은 유도를 대표하는 핫 러너 시스템뿐 아니라, 사출성형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설비, 사출기가 생산한 제품을 사출기에서 빼내는 취출 로봇, 포장 및 프리폼(preform)에 이르기까지 공장 무인화와 자동화 등 플라스틱 사출성형 산업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을 표방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합 관제 시스템(IMC)을 통해 자동으로 관리함으로써 높은 생산성과 균일한 품질을 보증한다.

마치 중세 수도원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했듯이 플라스틱 사출성형 산업 분야의 모든 것을 유도 그룹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수작업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턴키(turnkey) 방식으로. ‘열린 마음과 끝없는 창조 정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꿈이 숨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는 유 회장 경영 철학이자 또한 유도의 사훈이기도 하다.

이런 ‘아우름의 기술’은 그러나 생산 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 회장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고자 한다. 실제로 속(俗)에서 성(聖)을 이루는 일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아니던가.

이를 위해 유 회장은 인격 경영과 투명 경영의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인격 경영이란 지연이나 학연, 종교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도의 직원들은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고 모두가 능력에 따라 평가받고 대우를 받는다. 이런 인격 경영은 직원들의 자율적 참여와 창의성을 키우는 동력이 돼 왔다. 유 회장은 또 “100% 투명 경영을 하기 때문에 회사의 모든 자료를 100% 신뢰해도 된다”고 말한다.



직원과 이웃과 함께 기쁨 나누기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면서도 미안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유 회장은 쾌적한 근무 환경과 사원복지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학자금 지원, 자기계발 지원, 동호회 지원, 셔틀버스와 기숙사 운영은 그 일부다. 2004년에는 유도장학재단을 설립, 직원 자녀들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유도 가족의 사회 공헌 활동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NGO 등과의 연계를 통해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유 회장이 사재를 털어 교회와 지역 사회를 위해 희사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를 통해 유 회장은 ‘하느님의 영광을 땀 흘림으로써 우러른다. 유도는 그 영광으로 기뻐하며 그 기쁨을 유도 가족과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유도의 길’ 마지막 대목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