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기도의 형태 (「가톨릭 교회 교리서」 2700~2724항)
관상 기도 (2709~2719항)
16세기 가르멜회의 대 데레사 성녀(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관상 기도란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과 자주 단둘이 지냄으로써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관상 기도는 내 영혼이 “예수님을 찾고 또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찾는 것”(2709항)입니다. 관상 기도 중에도 묵상할 수 있지만,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주님께 고정되어 있습니다.
관상 기도를 하려면 먼저 주님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합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떤 시련이 따르더라도, 또 아무리 마음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더라도 도중에 그만두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마음을 모으고 ⓑ성령께서 움직여 주시도록 우리의 전 존재를 집중시키며 ⓒ주님께서 머무시는 거처인 우리 자신 안에 머물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현존을 깊이 인식하면서 ⓔ우리의 가면을 벗어 버리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우리의 마음을 향하게 하고 ⓕ우리 자신을 정화되고 변화되어야 할 제물로 그분께 맡겨 드립니다.
이렇게 바치는 관상 기도는 “하느님 자녀의 기도”입니다. 또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동의하고 더욱 사랑하여 그 사랑에 응답하기를 바라는 용서받은 죄인의 기도”입니다. 관상 기도는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과 더욱 깊이 일치함으로써, 사랑하시는 성부의 뜻에 겸손하고 빈 마음으로 승복하는 것”(2712항)입니다.
관상 기도는 “기도의 신비를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겸손하고 빈 마음을 가져야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자 은총입니다.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관상 기도는 “성삼위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모습인 인간을 당신과 닮게 하시는 친교”(2713항)입니다. 관상 기도를 하는 시간은 기도 생활에서 가장 알찬 시간입니다. 관상 기도 안에서 성부께서는 성령을 통해 우리의 힘을 돋우어 내적 인간으로 굳세게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분을 보고, 그분은 저를 보고 계십니다.”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이 아르스의 본당 신부로 있을 때 감실 앞에서 기도하던 농부가 한 이 말은 관상 기도를 잘 설명해 줍니다. “예수님의 눈길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시는 시선은 우리 마음의 눈을 밝혀 줍니다”(2715항).
관상 기도는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마치 어린이가 부모를 사랑하여 따르는 것처럼, 마리아께서 아들을 낳으리라는 천사의 전갈에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 하고 응답하신 것처럼 그렇게 응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관상 기도는 말이 아니라 침묵입니다. 침묵 속에서 바치는 사랑의 기도입니다. 때로는 관상 기도 안에서 하느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은 ‘신앙의 어두운 밤’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에 그 기도는 “많은 사람에게 생명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기도가 된다”(2719항)고 교리서는 설명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분과 함께 깨어 있겠다고 동의하는 것입니다.
교리서는 관상 기도를 이렇게 요약, 정리합니다. “관상 기도는 기도의 신비를 단순하게 나타내는 기도이다. 관상 기도는 예수님께 신앙의 눈길을 고정시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말없이 우리 사랑을 나타내는 기도이다. 관상 기도를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만큼, 그리스도의 기도와 합쳐지게 된다”(2724항).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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