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기도(2700~2704항)
기도는 마음속으로 바치는 말이나 입으로 하는 말을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이를 ‘소리 기도’라고 합니다. 소리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언변이 뛰어나 ‘황금 입’이라는 별명이 붙은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우리의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데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열성에 달린 것이다”라며 마음을 쏟는 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소리 기도는 그리스도 신자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침묵 중에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에 끌린 제자들이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자 예수님께서는 소리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리의 감정을 외적으로 표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소리 기도는 여기에 부합하는 기도입니다. 우리의 청원에 가능한 모든 힘을 부여할 수 있도록, 우리는 온몸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이는 또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는 사람, 곧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살아 있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을 찾으십니다”(2703항).
소리 기도는 외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기도이기에, “가장 훌륭한 일반 대중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중의 기도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밝힙니다. “기도는 우리가 말씀드리는 그분을 의식하면 할수록, 내적인 것이 된다. 이리하여 소리 기도는 관상 기도의 최초 형태가 되는 것이다”(2704항).
묵상(2705~2708항)
묵상은 “탐색”입니다.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일을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삶을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고자 애씁니다. 이렇게 탐색하는 일, 곧 묵상은 주의력을 집중해야 하므로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묵상할 때는 도움을 받습니다. 주로 성경, 특히 복음서, 성화상, 그날의 전례문, 신심 영성 서적들을 통해 묵상거리를 찾지요. 하지만 책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묵상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묵상의 한 축을 이룰 뿐입니다. 다른 한 축이 필요합니다. 삶이 그것입니다. 묵상의 핵심은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서 현실로 옮아가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겸손과 신앙의 정도에 따라, 우리는 묵상 중에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 빛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진리를 실천하느냐가 문제이다. ‘주님, 제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십니까?’”(2706항).
묵상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성령의 도움으로, 기도를 위한 유일한 길, 곧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입니다(2707항).
또 묵상에는 사고력과 상상력, 감정과 의욕 등이 모두 동원됩니다. 이러한 것들은 신앙의 확신을 깊게 하고 마음의 회개를 불러일으키며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의지를 강화하는 데에 필요합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거룩한 독서’나 신자들이 즐겨 바치는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묵상 기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분과 결합하기 위해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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