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기도의 전통 (「가톨릭 교회 교리서」 2650~2696항)
기도의 길②(2673~2682항)
천주의 성모님과 일치하여
마리아는 성령께 협력하심으로써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뿐 아니라 또한 우리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길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 주십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길잡이이십니다. 길이신 예수님께 이르는 이정표이십니다.
마리아께서 성령께 탁월하게 협력하신 사실을 토대로 교회는 천주의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기도는 크게 두 가지로 드러납니다. 하나는 주님께서 성모님께 그리고 성모님을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해주신 “큰일”(인류 구원)에 대해 주님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마니피캇(Manificat)’이라는 찬양이 그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며 그래서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자녀들의 애원과 찬미를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의 이 두 가지 큰 움직임을 아주 잘 드러내는 기도가 바로 성모송입니다. 성모송을 살펴봅시다.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 성모송은 우리 말로 번역했을 때 “은총이 가득하신…”으로 시작하지만, 원래 시작은 “기뻐하소서, 마리아님”(Ave Maria)입니다. 이 말은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입니다.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친히 인사를 건네시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시선으로 우리 또한 마리아께 다시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성모송을 바치는 것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 마리아께서 은총이 가득하신 것은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안에 주님이 친히 와 계시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사람들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집이십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함께 계셔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께서는 자신 안에 머무르러 오시는 분, 자신이 세상에 낳아 줄 그분 곧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십니다.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 이 인사는 사촌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 한 말입니다(루카 1,42 참조). 엘리사벳은 이렇게 인사한 후에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하고 거듭 인사합니다.
마리아는 믿음을 통해서 믿은 이들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또 세상 모든 민족은 마리아 덕분에, 하느님의 복 자체이신 분(예수 그리스도)을 받아 모십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마리아께서는 당신 아들이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주셨기에, 우리는 천주의 성모이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우리의 모든 근심과 청원을 맡길 수 있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천사의 전갈에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응답하셨듯이,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하십니다. 우리는 마리아와 함께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고 우리를 하느님 뜻에 맡기게 됩니다.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 우리는 마리아께 지금 우리를 위해, 죄인인 우리를 위해 빌어 주시도록 청합니다. 또 죽을 때에도 빌어 주시도록 청합니다. 시간은 지금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시간의 끝은 죽음이지요. 따라서 이 기도는 언제나 죄인을 위해 빌어주시도록 청하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마리아께 기도하는 것은,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당신 아들을 보내신 성부의 계획에 마리아와 함께 동의하는 것이다”(2679항).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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