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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3) 기도란 무엇인가 - 계약이자 친교

참 빛 사랑 2016. 6. 17. 09:19



기도, 진심으로 하느님과 친교 맺기



어떤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보통 그 사람의 자세를 보면 압니다.

이는 기도의 경우에도 해당합니다.

사람의 자세를 보면 비록 소리 내어 기도를 바치지 않더라도 저 사람이 기도하고 있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짐작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경건하게 기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기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표정이나 몸짓인데도 실제로는 간절하게 기도하는 경우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기도이든 간에 기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입니다.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해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기도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저마다 체험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아침 출근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묵주기도를 바치곤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묵주를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지만, 마음이 동하질 않더군요. 성모송 몇 번 바치다가 결국은 중단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교리서에서도 “기도를 드리는 표현 수단이 어떠한 것이든… 마음이 기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가 봅니다(2562항). 물론 기도가 솟아나오는 곳을 가리킬 때 성경에서는 때로는 영혼이나 혹은 정신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라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무엇일까요? “마음은 내가 존재하고 내가 머무는 거처”입니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처럼,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이성으로는 물론 우리 자신의 이성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우리의 숨겨진 중심”입니다. 기도하려면 이성(생각)의 결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음의 결단이 있어야, 곧 마음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결단을 내리는 자리”이고 “우리가 삶이나 죽음을 선택하는 곳”이며 “진리의 자리”이며 “계약이 체결되는 자리”입니다(2562항).

우리 자신도 알 수 없는 이 마음을 살피고 감지하실 수 있는 분은 바로 하느님의 성령이십니다. 마음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이 만남이 성사됨을 의미합니다. 만남이 성사된다는 것은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계약 관계”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도는 “하느님의 행위이며 인간의 행위입니다”(2564항). 우리는 기도할 때에 하느님을 찾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을 찾기 이전에 이미 하느님께서는 우리 앞에 와 계시고 우리를 찾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가 마음을 열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 때 계약이 체결됩니다. 지난 호에서 ‘기도란 성령께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기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계약은 단순히 약속한 것을 주고받는 계약이 아닙니다. 기도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인간의 마음이 온전히 결합되는 바로 그것”, 곧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입니다.

그래서 기도 생활이란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 면전에서 지내는 것이며, 그분과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할까요? 교리서는 “언제나 가능하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와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2565항). 곧 죽음을 딛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죄에 죽고 새사람이 되어 우리 안에 성령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성령에 힘입어 우리 마음을 여는 것, 그것이 기도의 시작입니다. 기도 생활은 성령과 함께 호흡하는 것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