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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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1) 기도란 무엇인가

참 빛 사랑 2016. 6. 2. 22:31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주님”




이번 호부터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를 연재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제4편 ‘그리스도인의 기도’ 중 제1부 ‘그리스도인의 삶과 기도’의 순서를 따르면서 기도란 무엇인지, 기도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공부하며 되새기고자 합니다.





우리는 기쁜 일이 생기면 누구와 나누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가까운 친지들과 그 기쁨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서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카톡과 밴드와 페이스북에도 올립니다. 수화기로 들리는 목소리에서, 받은 문자 메시지와 글과 영상에서, 사람들은 기쁨의 내용을 확인합니다. 무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축하의 답신을 보냅니다. 그러면 기쁨이 배가됩니다.

반대로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듯 슬프고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좀처럼 삭이기 힘든 그런 감정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분풀이를 해야 그나마 풀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노와 미움 같은 악감정은 쉽게 표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한결 낫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아무와도 나누지 않고 혼자서 간직하고 삭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때도 사실은 혼자 간직하거나 삭인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 경우 흔히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한다고 하지요. 저는 가끔씩 제 이름(세례명)을 부르면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알폰소, 잘 했어! 그래, 그거야.’ 또는 ‘알폰소,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었어! ’ 물론 제가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님을 전제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대화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사실 사람은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없는 삶은 삭막합니다. 대화가 없는 삶은 어떤 면에서는 죽은 삶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화는 꼭 감정의 변화가 있을 때, 즉 기쁘거나 슬플 때, 또는 답답하고 화가 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평소에도 늘 대화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뿐 아닙니다. 대화는 반드시 상대방이 옆에 있어야만, 보여야만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과도, 심지어는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지와도 대화를 나눕니다. 또 때로는 자기 홀로 있으면서도 대화를 필요로 합니다. 자기 안에 깊숙이 침잠해 있을 때도 자신과 내적인 대화를 합니다. 생각에 몰두하는 것도 자신과 하는 내적 대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화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대화를 필요로 하지만, 대화의 상대는 살아 있든, 이미 세상을 떠났든 인격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의 시대여서 동물과도 대화를 나눈다고 하지만, 그 경우는 동물을 대화의 상대자로 의인화해서 곧 인격화해서 말하고 있을 따름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대화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화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을 때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격적 상대는 누구이겠습니까. 하느님이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도에 대해 우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