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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기도

[성경 속 기도] (2) 아브라함의 기도 (상)

참 빛 사랑 2016. 2. 4. 23:24

 

모든 것 버리고 떠나라 “네”

▲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고향을 버리고 떠난다. 아브라함의 손님 환대 모습을 그린 세밀화.

출처=「성경 역사 지도」


“여러분은 살아오면서 어느 때 기도를 가장 열심히 하셨나요?”

신학교 입학 때 피정 지도 신부님께서 하셨던 질문이다. 그때 무엇이라 대답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난 언제 열심히 기도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열심히 기도했던 때는 항상 시험 전날이었다. 창피한 일이지만 항상 같은 기도를 반복했다. “주님! 이번 시험만 꼭 잘 치르도록 해주세요. 그러면 다음에는 미리미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뻔뻔스럽게(?) 마지막 시험까지도 같은 기도를 바쳤다.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인 대화이다. 대개 일방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을 대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저 내 이기적인 내용만 주절주절 털어놓고 부탁을 드렸던 것 같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그러나 난 주님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나만 떠들고 만 셈이다. 안타깝게도 친구들 모임에서 다른 이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저 잘났다고 혼자서 떠들어대는 사람은 기피대상이 되기 쉽다.

아브라함은 신앙인의 전형이다. 아브라함의 기도는 신앙인에게 모델이 된다. 하느님께서 먼저 부르시고 우리 인간이 응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신앙의 보통 공식이라 할 수 있다. 아브라함은 일생 철저히 시험에 들며 엎치락뒤치락하며 고된 삶을 살았다. 어느 날 아브라함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창세 12,1-2).

교회는 하느님을 향한 응답으로 항상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 모범은 창세기 12장에 나오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아브라함의 순명이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이 말씀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찾아 식별하고 순종해 그분께서 가리키시는 곳을 향해 출발해야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이별한다는 것은 마치 죽음과도 같은 위험한 행위였다.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에게 죽음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영원한 이별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브라함의 고향, 칼데아 우르는 당시에 문화가 발달해 마치 오늘날 파리나 뉴욕에 견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모든 것에서 이별하라고 하신다.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솔직히 두렵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브라함은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수없이 “왜 하필 저입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하느님의 말씀 하나만을 굳게 믿고 하느님 명령대로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했다.

그의 기도는 철저히 순명의 기도이다. “그는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다”(창세 12,8). 순명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자유 의지를 가지고 기쁨으로 명령에 따르는 덕을 뜻한다. 그래서 “우리의 이성으로는 이해가 다 되지 않지만, 당신을 믿으니 당신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신앙이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여정이라 했던가.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 후 인생의 최고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