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에서 이주민의 삶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여성 두 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25년, 통일교 결혼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신의 축복’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한국에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언어도, 문화도 모든 것이 낯설었던 그들에게 한국은 기대와 희망의 땅이라기보다 외로움과 슬픔의 공간이었다. 통역했던 나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날을 울며 보냈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두 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자녀들만큼은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들의 삶을 담담히 표현한 이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교회의 외침은 과연 유효했던 것인가? 지금도 유효한가?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을까?”
‘환대’는 상상 속 단어가 아닌 실천의 언어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먼저 다가가셨던 예수님, 이방인들과 함께 복음을 나눴던 사도들, 시대의 도전에 응답하며 환대와 통합을 강조한 공의회, 그리고 “모든 이에게 문을 여는 교회, 경계를 허물고 다리를 놓는 교회”라고 표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리까지 ‘환대’는 쉬지 않고 외치는 교회 공동체의 소리다.
2025년 희년을 맞이하며 열린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처럼 ‘희망의 순례자’인 이주민이 교회의 열린 마음에 걸어들어와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진정한 환대를 느끼고, 공동체 안에서 통합을 이루며, 서로를 지지하는 연대를 체험하도록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
25년의 삶을 돌아보며 내놓은 두 여성의 외침은 시간을 거슬러 이어져 온 교회의 소리, ‘환대’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이 땅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심포지엄에서 울려 퍼진 그들의 목소리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진정으로 ‘유효한’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며, 이 여정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동반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윤종두 신부(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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