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기획특집

모잠비크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매 순간 감사합니다

참 빛 사랑 2024. 7. 2. 17:32
 


 
공소를 다닐 때 동반해준 든든한 청년들. 유가별 신부 제공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기만 해도...
냉장고가 정상 작동하기만 해도...
기숙사·도서관 운영할 수 있음에 감사


저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선교 중인 유가별 예레미야 신부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참으로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이 나온다면 그 자체로 고마운 일입니다. 물이 나온다는 것은 물탱크에 물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고,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가 정상 작동하고 있고 우물에 아직 물이 남아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직 전기가 문제없이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까지 더해집니다.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기만 해도 그저 고마움을 느낍니다. 비록 수압이 약해도 말입니다. 대야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샤워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물론, 건기에는 물 자체가 부족해 대야에 물을 받아 샤워할 수만 있어도 감사한 일이지만요. 가끔 물탱크 타워에 올라가 물이 얼마나 있나 빼꼼히 확인하곤 합니다. 그리고 물이 가득 차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아직은 우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물에 수량이 풍부한 편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냉장고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모습만 봐도 감사합니다. 지난 1월 벼락 때문인지 이후 냉장고에서 소음이 나긴 하지만, 가동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우기가 끝나 더 이상 벼락 맞을 일도 없고, 불안정한 전압으로 전구나 가전기기가 고장 날 일이 없는 것만 해도 무척 다행입니다. 이번 우기에는 이상기후 탓에 비정상적으로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비가 올 때마다 벼락도 동반하는데 이상하게 본당 주위에 많이 내리칩니다.

문제는 변전소에 벼락이 떨어지면 전압이 요동치며 각 가정에 불안정한 전기가 공급되는데, 이럴 때 전구와 가전기기가 타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이유로 냉장고가 가동되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한국에선 당연해 보이는 일이 이곳에선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처음 도착했을 땐 사제관 새로 지을 생각 뿐

제가 지내는 사제관은 지은 지 40년이 넘었기 때문에 손봐야 할 곳이 많습니다. 물이 새는 곳도 있고, 흰개미가 나무를 갉아 먹어 문 경첩이 뜯어진 곳도 몇 군데 있습니다. 창틀 군데군데 역시 흰개미 때문에 폭삭 가라앉기 직전입니다. 천장 곳곳은 이미 흰개미와 누수로 인해 주저앉았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그저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삶의 대화」란 책을 쓰신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 신부님은 방글라데시의 빈민가에서 시설이 가장 열악한 집을 발견했을 때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최고의 거처라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고 하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금세 적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하루빨리 사제관을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되어도 매우 훌륭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폭우가 쏟아질 때 비가 조금 새는 곳은 있지만 그래도 비를 막아주고 강렬한 햇볕도 든든히 막아주는 이 집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가정방문을 하며 교우들이 사는 집을 보면, 제가 처음 불평했던 사제관이 사실 이곳에서 가장 부잣집이란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는 멀리서 사제관 건물만 봐도 감사합니다. 혼자 지내기에 너무나 크고 안락한 공간에 거저 머물고 있습니다.

 
모잠비크의 대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교우들. 유가별 신부 제공

공소 방문 함께해 준 든든한 청년들

사목활동에 제 발이 되어 주는 픽업트럭에도 감사합니다. 한 번은 본당에서 차로 6시간 걸리는 공소를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를 위해 두 시간 떨어진 공소에서 지내는 청년 15명이 동반해줬습니다. 더 멀리 있는 공소에서 교우들이 더욱 성숙한 신앙생활을 하며 지내도록 격려해주고자 기꺼이 함께한 것입니다.

타이어가 찢어질 듯한 거친 산길과 ‘과연 차가 올라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의 급경사 길을 운전할 때면, 두려움보다 가슴 벅찰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공소 방문에 함께하는 이들의 발이 되어 주고, 힘든 산길을 대신 고생해 주는 차량에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아울러 이런 차량을 선교사에게 지원해주신 후원회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이 차량이 있어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거칠고 험한 길을 거쳐 공소를 방문할 때면 예비 타이어를 두 개는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이 되어주는 차량 덕분에 험준한 곳에 위치한 공소 신자들을 방문해 만날 수 있고, 성사에 목말라 있던 그들에게 성사를 집전해줄 수 있습니다.

어느 날에는 출산이 임박한 산모를 병원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모실 수 있었습니다. 때론 여러 사람이 고생해서 운반해야 하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차로 한 번에 실어 수고를 덜어주기도 했습니다. 지부관이 위치한 시내에 갈 때면 형편이 넉넉지 못한 지부관 직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숯과 옥수수를 배달해주기도 하고, 본당 구역에서 구할 수 없는 초등학교와 기숙사에 필요한 물품을 운반해 주기도 합니다. 모두 이 차량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정방문을 하며 교우들과 소통하는 시간. 유가별 신부 제공


기숙사 운영은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

기숙사를 운영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공소 아이들에게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학업과 더불어 신앙심을 심어줄 수 있는 기숙사입니다. 우리 기숙사는 가정 형편 탓에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또 비싼 물가 때문에 시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기숙사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집에 제대로 된 책상도 없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공부하기 열악한 아이들에게 기숙사 도서관은 부족함 없이 저녁까지 공부할 수 있는 든든한 공간입니다. 학업 시간에는 탄자니아에서 오신 선교사 수녀님 두 분이 아이들을 지도해 주시고, 밤 시간까지 함께해주십니다.

청소년 시기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미혼모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빈번한 이곳에서 여자 아이들은 기숙사에 머물며 늘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인성을 갖추고, 교회 영성 안에서 양성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어 감사합니다. 기숙사 아이들의 책임자이자 친구로서 아이들에게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기숙사는 제가 선교사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을 주는 곳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매 순간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에 동반하며 함께 고민하고 슬퍼하고 같이 웃을 수 있고 희망하는 모든 시간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비록 눈에 드러나는 결실을 바로 보지는 못하더라도 씨앗을 뿌리는 일이 제 역할의 전부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렵니다. 선교사인 저 역시 이곳에 주님의 도구로 불림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저는 그저 제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보람과 기쁨은 거저 받은 선물이기에 이 역시 고마울 따름입니다.



후원계좌:우리은행 1006-601-211959

예금주 (재)천주교 한국외방선교회


 

한국외방선교회 유가별 예레미야 신부 / 아프리카 모잠비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