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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두 달만에 성체 모시니 ‘울컥’… 조심 또 조심

참 빛 사랑 2020. 4. 28. 21:53

재개된 본당 공동체 미사 풍경과 준비상황

▲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관계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신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의정부주교좌성당에서는 3월 23일 80여명의 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앉아 미사에 참여했다
▲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4월 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교중 미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신자들에게 성체를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문이 닫혔던 성당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4월 23일 미사를 재개한 서울대교구와 의정부ㆍ수원ㆍ대전ㆍ인천 등 5개 교구의 성당에는 미사에 참여하러 온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심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신앙의 기쁨을 다시 맛봤다.

“형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건강하게 나오실 수 있어서 감사해요.” 신자들은 두 달 만에 만났다. 마스크를 쓴 채 서로 안부를 물으며 건강하게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바쳤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모시며 영적 목마름을 채웠다. 본당들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정부 지침을 철저히 따르며 미사를 봉헌했다. 본당들의 미사 표정과 준비상황을 들여다봤다.



두 달 만에 울려 퍼진 기도 소리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2월 26일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된 지 58일 만이다. 신자들은 미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성당을 찾았다. 오랜만에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성당 옆 문화관 만남의 방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개인정보를 기록하고 비표를 받은 후 차례로 입당했다. 모든 신자는 침착한 모습으로 지침을 따랐다. 하지만 미열이 있거나 연락처가 없는 일부 신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재개 첫날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150여 명의 신자가 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로 소독한 후 성당에 들어가 1~2m 간격을 두고 번호표가 붙은 회중석에 자리했다. 좌석 번호를 잘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주변 신자들이 안내를 도왔다. 성체를 영할 때에도 마스크를 쓰고 간격을 유지했다.

매일 미사에 참여해온 최귀혜(사라)씨는 “미사를 다시 봉헌할 수 있게 된 기쁨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다”며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가 서로 일치하고 화해하며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면 좋겠다는 기도를 바쳤다”고 감격해 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오랜 기간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신자들은 정말 성체를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교구 지침에 잘 따라준 신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미사가 재개된 만큼 완전히 안전한 시기가 올 때까지 신자들이 지침에 잘 협조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명동본당 주임 조학문 신부는 “미사를 다시 시작하게 됐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야 하기에 미사 전 이에 따른 조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동대성당 주일 미사는 당분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차례 봉헌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6시 2차례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명동대성당을 제외한 서울대교구의 타 본당들은 교구 전산정보실이 개발한 신자 확인용 바코드 기록 서비스를 통해 참여자를 기록했다.



예방 수칙 지키며 “평화를 빕니다”


의정부교구 각 성당에도 4월 23일 신자들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정부 주교좌 성당에선 이날 80여 명의 신자가 미사를 봉헌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곽옥순(데레사)씨는 “미사를 다시 봉헌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는데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병희(로사)씨도 “미사를 봉헌하려고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씻고 준비했다”며 “미사를 다시 봉헌할 수 있게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주임 박규식 신부는 “의료진들과 방역에 힘쓰는 많은 분이 그동안 노력해주셔서 제한적이지만 저희가 미사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예수님께서 돌무덤을 열고 나오신 것처럼 저희도 오랫동안 참고 인내하다가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며 “국민 전체가 하나 되어 노력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미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전교구도 4월 23일 미사를 재개했다. 대전 덕명동성당(주임 김윤석 신부) 신자 60여 명은 회중석에 3명씩 앉아 거리를 두고 미사를 봉헌했다. 영성체 때도 마스크를 쓴 채 3보씩 떨어져 줄지어 제대 앞으로 나아가 성체를 모셨다. 황규철(요한 사도)씨는 “감격스럽다. 예년과 달리 부활하신 주님께서 오셨다는 게 더 실감 나게 느껴졌고, 정말로 부활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 4월 23일 두 달여 만에 재개된 명동대성당 미사에 참여한 한 신자가 영성체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체 미사 중요성·고마움 재확인

인천교구 전 본당도 4월 23일 다시 문을 열고 신자들을 맞아들였다.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주임 김흥주 몬시뇰)에는 신자 80여 명이 참여해 미사를 봉헌하고 영적 갈증을 해소했다. 허경화(루치아)씨는 “두 달 만에 성체를 모시니 뭉클하고 울컥하다”며 “미사의 은총이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인천교구 본당들은 미사 재개에 앞서 사목회와 구역ㆍ반장을 통해 전 신자에게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로 예방 수칙을 전달했다. 글쓰기가 힘든 노인들은 본당에서 배부한 ‘신자 확인용 바코드’가 있는 이름표를 확인하고 미사에 참여했다.

성당 입구에서 안내 봉사를 한 답동본당 정기회(요셉) 사목회장은 “미사 재개에 대한 기대가 어찌나 컸는지 신자들이 볼펜까지 직접 챙겨왔다”며 “공동체 미사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원주교구도 4월 20일 공동체 미사를 재개한 가운데, 이튿날인 21일 단구동성당에는 신자 70여 명이 손 소독과 발열 검사, 신자 명단 작성 후 성전에 입장했다.



신자가 미사 참여 어플 개발

수원교구 일월본당(주임 최중인 신부)은 발열 확인, 손 소독, 인명부 작성, 2m 이상 간격 두고 앉기, 성가 부르지 않기, 성체 분배 시 침묵 등 성당 입장과 미사 시 주의할 점을 사진으로 정리해 본당 카카오채널에 공지하고 신자들을 맞았다.

신자들은 “아멘, 기다리던 그날입니다”, “오랜만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기다리던 좋은 소식입니다” 등 인사를 나누며 일제히 환영했다.

미사 참여 신자 명단을 확인하기 위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한 신자도 있다. 수원교구 박정훈(가브리엘)씨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 ‘베르뇌’다.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름과 세례명,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여 QR코드 생성한 후 봉사자나 직원이 관리자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QR코드를 스캔, 입력된 정보를 본당 메일로 전송하여 취합하는 방식이다. 구글 앱스토어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박정훈씨는 “성당 내 확진자 발생 시 당국의 조사에 신속하고 정확한 자료로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4월 24일 현재 1100여 명이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

서울대교구는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 체온계를 일괄 구입해 4월 24일 교구 내 모든 성당에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 체온계 각 1개씩을 배부했다. 교구 232개 본당 사무장들은 열화상 카메라가 발열 여부 확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 잠실7동본당 배한국(안토니오) 사무장은 “열화상 카메라를 구매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교구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 나눠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2동본당 박정수(아타나시오) 사무장도 “열화상 카메라를 성전 입구에 설치하겠다”며 “발열자들을 선별적으로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주)평화드림을 통해 열화상 카메라를 일괄 구매했다. 영화상 카메라의 가격은 1대당 228만 원이다. 배부에 앞서 교구는 본당 사무장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 사용법에 대해 교육했다.

이상도·오세택·이정훈·도재진·이학주 기자

백정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