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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종이 명패 붙이고 신자들과 마음으로 함께 미사

참 빛 사랑 2020. 4. 2. 21:21

의정부교구 운정본당·부산교구 우동본당, 의자에 신자 가족 명패 붙이고 매일 미사 봉헌

▲ 3월 27일 파주 운정성당에서 신자석에 명패를 붙이고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미사를 봉헌한 라병국(병원사목부 요양사목 담당, 왼쪽부터)·이승룡(운정본당 주임)·김오석(목동동본당 주임) 신부.

▲ 부산교구 우동본당은 3월 25일부터 1000여 가구에 이르는 신자 가정 명패를 성당 좌석에 붙이고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우동본당 제공



성당 내 의자 위에 색색의 종이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마치 의자 위에 꽃이 피어난 것 같다. 종이 앞면에는 이름과 세례명, 그리고 ‘가정’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이는 바로 신자들을 향한 의정부교구 파주 운정본당(주임 이승룡 신부)의 마음이다.

이승룡 신부는 요즘 신자들로 가득 채운 성당을 자주 상상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다시 봉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이 신부는 “신자들을 다시 맞이하는 그때가 되면 (운정본당에서의) 진정한 첫 미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생각만으로도 울컥하는데 아마 신자들도 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지난 2월 18일 운정본당 주임으로 부임했다. 군종교구에서 사목한 후 맡은 첫 본당이다. 하지만 신자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구 지침으로 25일부터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처음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사 중단을 연장한다는 교구의 추가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점점 마음이 착잡해졌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공허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이 신부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신자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부임 한 달째 되던 3월 18일 신자들의 명패 1137개를 만들어 성당 의자 위에 붙였다. 2월 18일 운정본당에서 분가한 신설 본당 목동동본당(주임 김오석 신부)은 구역별로 16개의 명패를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인 3월 19일부터 신자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이 신부는 “명패를 붙이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비록 지금 몸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사진을 본 신자들도 함께 기도한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일어나 성모님 앞에서 초를 봉헌하고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승룡 신부. 이 신부는 “기도를 바치면서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면 언젠가는 이 시기가 지나가고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많은 분이 기도하고 있음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을 더 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교구 우동본당(주임 임형락 신부)도 사순 제4주간인 3월 25일부터 성전 전 좌석이 신자들의 이름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사제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1000여 가구에 이르는 신자 가정 명패와 함께 매일 미사를 봉헌해오고 있다.

부주임 정철용 신부는 “미사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교우들이 신앙심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사제들이 교우들을 위해 잊지 않고 기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사 재개 전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