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
▲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 전례를 주례하고 있다. 교황은 “십자가 안에서 구원된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면서 주님께 믿고 의지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했다. 사진 왼쪽은 기적의 십자가로 불리는 성 마르첼로 성당 십자가다. 【CNS】
“기도합시다.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의 고통스러운 처지를 굽어보시고 당신 자녀들을 위로하시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7일 비 내리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홀로 서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세상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교황이 직접 제안한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의 시간이었다.
이날 전례는 시작기도, 복음(마르 4,35-41) 낭독,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축복(우르비 엣 오르비), 로마 시민들의 안위이신 성모와 성 마르첼로 성당 십자가 앞에서 기도, 성체 현시, 성체조배, 성체강복 순으로 1시간가량 이어졌다.
교황은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축복에서 연대와 희망을 강조했다. 교황은 “돌풍으로 모든 것이 난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에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연대와 희망을 가동하라고 초대하신다”면서 “십자가 안에서 구원된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는 복음 구절을 언급하면서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호소하시고, 야단치십시오. 당신께 가서 의지하도록 저희가 믿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 마트 직원, 미화원, 간병인, 경찰, 자원봉사자, 사제와 수도자 등을 기억했다. “많은 이들이 매일 공포심 대신 공동 책임의 씨를 뿌리려고 애쓰면서 희망을 퍼트리고 있다”며 “기도와 조용한 봉사는 우리가 승리하게 돕는 무기”라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과 함께라면 생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성모의 전구로 주님께 여러분 모두를 맡긴다”면서 로마와 온 세계에 하느님 축복이 위로의 포옹처럼 내리기를 기도했다.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축복을 마친 교황은 로마 시민들의 안위이신 성모가 그려진 성화와 성 마르첼로 성당 십자가상 앞에서 비를 맞으며 기도를 바쳤다. 로마 교회에서 큰일이 날 때마다 신자들은 성모에게 도움을 청했다. 교황은 이 전통을 따랐다. 성 마르첼로 성당 십자가는 1522년 로마에 번진 흑사병(페스트)을 물리친 기적의 십자가로 불린다. 당시 신자들이 이 십자가를 들고 참회 행진을 한 뒤 흑사병이 잦아들었다고 전해진다. 교황은 3월 15일에도 텅 빈 로마 거리를 걸으며 성 마르첼로 성당을 방문해 기도했다.
교황이 성체강복을 위해 성체가 모셔진 성광을 성 베드로 광장을 향해 높이 들어 올리자,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은 빗소리와 함께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종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교황은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을 통해 전대사를 수여했다. 일반적으로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축복은 성탄과 부활에만 이뤄진다. 교황은 이례적인 전례를 통해 전 세계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코로나19가 끝나기를 하느님께 호소하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황은 3월 29일 산타 마르타 경당 아침 미사에서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울고 있는 이들과 함께 울 수 있기를 주님께 청한다”고 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도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셨다”면서 “우리 역시 고통으로 울고 있는 이들과 마음을 다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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