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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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이해

성당 문 열면 성모님 온기가….

참 빛 사랑 2018. 4. 22. 20:37


쌘뽈디자인연구소 소장 최복순 수녀




▲ 원주교구 안흥성당 제대 왼편의 스테인드글라스.




수도생활 40년째 접어든 유리화 제작자

원주교구 안흥성당 내부에는 좌우에 다섯 개씩 높이 4m에 이르는 스테인드글라스 10개가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주제는 단 하나, ‘성모님’이다. 두 손을 모으고 서서 우리를 대신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시는 푸근한 성모님이 그려져 있다. 색유리 조각 하나하나도 볼거리다. 조각 유리들이 각각 제 빛을 발하도록,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색이 짙으면 짙은 대로, 옅으면 옅은 대로 조각을 전부 모아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는 올해 수도생활 40년째에 접어든 최복순(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수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당에 온 단 한 사람이라도 하느님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목적이 아닐까 싶어요.”

11일 안흥성당에서 만난 최 수녀는 자신이 드러나기를 극구 꺼렸다. 진갑(62세)도 훌쩍 지난 노(老) 수녀에게선 주님의 뜻을 따른 성모 마리아의 따뜻함이 물씬 배어났다.

거제도가 고향인 최 수녀는 원래 신자가 아니었다. 가족 중에 신자도 없었다. 그러다 마산교구가 운영하는 거제 해성중고교에 진학한 것이 계기가 돼 중3 때 세례를 받았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성소를 발견했다. 스물네 살 때인 1979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에 입회했다. 최 수녀는 수녀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연수에 참여하기도 했다.

작업 앞서 성체 앞에 모든 것 맡겨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완공한 대전교구 정림동성당부터다. 최 수녀는 정림동성당을 필두로 지금까지 국내외 37개 성당과 교회 시설에 작품을 설치했다. 십자고상과 같은 성물까지 범위를 넓히면 51개 성당에 이른다. 현재 최 수녀는 원주에 있는 쌘뽈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서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물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최 수녀는 “저의 유리화 작업은 하느님을 만나는 최고의 도구일 뿐, 전시회를 위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유명해지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최 수녀가 작품 구상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도다. 특히 작업 시작 첫날엔 어떠한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그저 성체 앞에 온 마음과 정신을 내어 맡길 뿐이다.

“한 번에 여러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물을 제작할 때도 있어요. 주변에선 ‘힘들지 않으냐’고 걱정하지요. 저는 하나도 어렵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성체 앞에서 기도하고 작품을 만들면 신기하게도 주님께서 작품 아이디어를 주세요. 제가 뭘 해보겠다고 하면 동그라미 하나도 제대로 그리지 못해요. 그러니 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나요?”

최 수녀는 “각자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발견하려면 기도해야 한다”면서 “간절함으로 바치는 기도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어떤 탈렌트를 주셨는지 식별하게 해주는 은총의 선물”이라고 웃음 지었다.



글·사진=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