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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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이해

[3040 예술인] 경청과 정직, 최고의 재료로 유리화 제작

참 빛 사랑 2017. 4. 16. 21:17

(12) 최종희 안토니오(스테인드글라스 작가)




웅장하고 기품이 있는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를 넋을 잃고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방향과 강약,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빛깔은 보는 이들을 천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잘 만든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을 더욱 기품있고 기도하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준다.

인천의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안토니오 스테인드글라스’ 최종희(안토니오, 인천교구 서창동본당) 대표는 한국 교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가장 젊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꼽힌다. 198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38세다.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경험까지 젊지는 않다. 최씨는 인천가톨릭대 종교미술학부 재학시절인 20세 때부터 이남규(루카) 화백의 ‘루가 유리화 공방’에서 일하며 스테인드글라스라는 한우물만 팠다. 벌써 20년 가까운 경력이다.

인천 연희동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주제로 유럽 성당에 있는 전통적인 문양의 작품을 완성했다. 완성하기까지 20개월이 걸린 연희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2016년 인천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서울대교구 둔촌동성당 성체조배실과 전주교구 나바위성지 성체조배실, 대전교구 풍기동성당, 수원교구 산본성당, 군종교구 성레오성당 등에서도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성미술은 ‘공공미술’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할 땐 제 의견보다는 성당 건축주인 주임 신부님과 신자들 의견을 경청합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완성된 작품을 상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신자들에게 ‘우리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참 멋지다’는 말을 들을 때 사명감을 느낍니다.”

최씨는 정직함을 ‘생명’으로 여긴다. 일부 작가들의 좋지 않은 모습을 봐온 그는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다. 그는 “한 스테인드글라스 작가가 원래 계약했던 독일산 유리 대신 시공 때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과 미국산 유리를 쓰다 발각돼 계약 파기는 물론 공사대금까지 전부 물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을 차린 것은 그가 다니던 스테인드글라스 회사 사장이 건축주인 본당 사제를 상대로 비양심적으로 사업하다 이를 알게 된 주임 신부가 최씨와 계약을 맺게 되면서다. 다니던 회사의 밀린 급여와 퇴직금 대신 스테인드글라스를 굽는 가마와 여러 장비를 인수해 직접 회사를 차리게 됐다. 그게 2014년 5월이었다. 하지만 작업할 공간이 없어서 2년간 인천 연희동성당 지하실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야 했다.

“처음엔 성당에서 작업하는 것을 ‘흑역사’(부끄러운 일)로 생각했어요. 작품을 보고 싶다며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시는데 부끄러웠죠. 그러던 어느 날 당시 연희동 주임 신부님이 ‘성당에서 작업하는 것이 아무에게나 허락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성당에서 작업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대개 성당을 지을 때 작품 전체를 작가 한 사람에게 맡긴다. 하지만 요즘은 성당 증ㆍ개축이 많아 성체조배실과 같은 소규모 공간을 꾸며달라는 의뢰도 늘었다. 그는 아무리 작은 작품이어도 최고의 재료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다. 최씨가 스테인드글라스 유리를 수입하는 독일 램버트 사(社)는 누리집(www.lamberts.de)에 그의 작품들을 소개해놓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