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다운 신뢰(2734~2741항)
난간 위에 아이가 있고 아래에는 아빠가 있습니다. 아빠가 아이에게 걱정하지 말고 뛰어내리라고 합니다. 대낮이면 아이는 별 걱정 없이 뛰어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칠흑 같은 밤이라면 아이는 주저할 것입니다. 이럴 때 요구되는 것이 신뢰입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녀다운 신뢰는 시련 속에서 드러난다”(2734항). 하지만 시련 속에서 신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간절히 기도했는데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기도를 그만두기까지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1) 왜 우리의 기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가?
우리는 보통 하느님을 찬양하거나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할 때에,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 위주로 합니다. 우리 기도가 진정으로 하느님 마음에 드는 것이었는지 알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한 우리의 기도가 이뤄지는지 그 결과를 보아야겠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심각한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어떤 분으로 생각해 그분께 기도를 드리는지요? 하느님을 우리가 바라는 바를 채워 주는 수단으로 여기는지요? 아니면 진정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로 이해하는지요?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청원을 기다리고 계시는 것은 우리가 “자유로워야만 하느님의 품위 있는 자녀들이 되기 때문”(2736항)입니다.
나아가 교리서는 야고보 서간의 말씀을 인용해 이렇게 밝힙니다. “여러분이 얻지 못하는 까닭은 하느님께 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해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욕정을 채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입니다”(2737항; 야고 4,2.3 참조).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때에 우리는 먼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유의 성령과 함께 기도해야”(2736항) 합니다. “그분의 성령께서 원하시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이면, 우리의 청원은 받아들여질 것입니다”(2737항).
2) 어떻게 효과 있는 기도가 되는가?
기도는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여기서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요?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룩하신 업적”(2738항) 곧,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성부의 성실하신 사랑”(2739항)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효과 있는 기도가 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성실하신 사랑’을 굳게 신뢰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리서는 “기도하는 마음의 변화가 바로 우리의 청원에 대한 첫 번째 응답”(2739항)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교리서는 나아가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신” 예수님의 기도 덕분에 그리스도인이 하는 기도는 유효한 청원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기도하실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에게 이롭도록”(2741항) 기도하십니다.
따라서 “우리의 기도가 자녀다운 신뢰와 대담성을 지녀 예수님의 기도와 튼튼히 결합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모든 것을 얻을 뿐 아니라, 이러저러한 것들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곧 모든 선물을 지니신 성령 바로 그분을 받게 된다”(2741항)고 교리서는 설명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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