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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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이해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한옥 창과 유리화의 조화… 은은한 빛을 뿜다

참 빛 사랑 2016. 10. 6. 10:06





35. 한지 창의 인상을 담은 스테인드글라스



▲ 김현정, ‘빛의언어_비추어 드리우다’와 세부도(아래), 2016.



테인드글라스는 창(窓)의 예술이다.

한번은 작가분들과 창의 기원과 형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독 사람이 사는 집에만 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만큼 사람이 거하는 집에서 빛의 역할은 중요하며, 창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것만이 아니라 공간 내 빛의 질(質)을 결정하고 공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건축 요소로 존재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해 오면서 늘 갈망했던 것은 우리 전통가옥 창의 빛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연출해 보는 일이었다. 전통적으로 우리 한옥에서는 창과 문에 모두 유리가 아닌 종이를 사용했다. 한옥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반쯤 투명해 빛이 은은히 투과되는 종이 문과 창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어릴 적 잠시 살았던 시골집의 한지 문에 대한 추억이 있다. 달이 밝은 밤에는 한지 문으로 스며드는 밝은 달빛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했지만 빛이 강렬한 낮에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면서 방 전체를 부드럽게 에워싸고 있는 빛을 마주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한지 창과 문은 낮보다 밤에 더욱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태양 빛은 순화시키고 달빛은 돋보이게 하는 창이고, 그러한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달빛의 인상이 우리 정서에 맞는 빛이라 생각해 왔다.

한지 창의 인상을 살리려는 시도로 유리창에 실제 한지를 붙이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내구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다소 1차원적인 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재료 자체를 그대로 제시하기보다는 우리 전통 가옥에서의 창과 빛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최근 한옥 창을 통한 빛의 인상을 담은 글라스페인팅 작품을 선보인 전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한옥 창과 스테인드글라스의 만남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갤러리 G1에서 진행된 김현정 작가의 ‘빛의 언어_비추어 드리우다’는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온 것과는 다른 차원의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 전시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전공한 김현정의 작품은 여러 겹으로 실행한 글라스페인팅을 통해 형성된 유리 표면의 미세한 층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다양한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동양화를 연구한 작가답게 유리에 붓 터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빛이 지나가는 여러 겹의 얇은 종이들이 중첩된 듯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글라스페인팅 방식과 오묘한 빛을 머금고 있는 작품 표면을 통해 전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빛의 인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근작에서는 슬럼핑(slumping) 기법을 이용해 요철을 만들어낸 유리판을 덧대 빛이 투과되고 반사되며 형성되는 빛의 라인과 음영의 효과를 더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고 있다. ‘빛의 언어_비추어 드리우다’라는 전시 제목처럼 그의 작품은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시ㆍ공간의 움직임을 그의 작품에서 작용하는 빛의 변화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한지를 도입한 나무 격자 프레임에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 역시 강렬한 빛의 인상을 부드럽게 완화시키며 스테인드글라스는 강렬한 색의 빛 그림자를 드리우는 매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게 해준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빛의 미세한 떨림과 움직임을 눈으로 읽어가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고요한 시간 흐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친환경 주거로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현대 한옥에 어울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창 디자인 연구에 대한 요청도 증가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라는 용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과 재료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인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한옥 창 격자 프레임에 색유리를 끼워 넣거나 청사초롱, 단청색 등을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이 아닌 한옥의 한지 창을 통해 우리가 느껴왔던 친인간적인 빛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 아쉬운 요즘 김현정 작가의 작품은 우리 정서에 맞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편집자 주>

슬럼핑(slumping) 기법이란?

특정한 형태의 틀 위에 유리를 얹고 650~750℃의 고온으로 가열해 유리를 중력에 의해 주저앉히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