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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희년 맞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로마 4대 성전

참 빛 사랑 2025. 1. 24. 14:53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

희년(禧年, Jubilee)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다.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은 1300년 2월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에 맞춰 최초의 희년을 선포했다. 이전 세기부터 이어진 베드로·바오로 성인의 무덤을 찾는 이들이 순례의 증거로 낙서를 남기는 관습을 ‘제도화’했다고 할 수 있다. 희년 대사는 로마에 와서 성 베드로 대성전과 성 바오로 대성전을 방문한 뒤 고해성사를 하고 영성체를 모신 모든 이에게 주어졌다. 이후 라테라노 대성전과 성모 대성전까지 확대됐다.

신앙인은 물론이고 일반 관광객들도 명소인 로마의 4대 성전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 교황청 대성당들’(감독 루카 비오토)이 개봉했다. 지난 2016년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아 교황청 지원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로, 2025년 정기 희년을 맞아 다시 상영되는 것이다. 스탕달이 1829년 출간한 「로마 산책」의 글귀와 함께 펼쳐지는 영상에는 로마와 4대 성전의 전경을 시작으로 성전 안 의미 있는 장소와 예술품이 다양한 앵글로 잡혀 있다. 특히 바티칸박물관 안토니오 파올루치 관장을 비롯해 건축가·미술사가 등 각계 전문가의 해설이 더해져 이해를 돕는다. 다큐멘터리를 수입한 일미디어 홍재완(니콜라오) 대표가 직접 번역해 완성도를 높였다. 함께 둘러보자.



성 베드로 대성전

1506년 율리오 2세 교황의 성전 확장 지시로 라파엘로·미켈란젤로·베르니니 등 당대 최고의 거장들이 건축에 참여한 지금의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Papale di San Pietro in Vaticano)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다. 대성전 넓이는 약 2만㎡로 최대 길이는 220m에 달한다. 대성전 내부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캄비오의 ‘성 베드로 사도 좌상’을 비롯해 예수님의 얼굴을 닦은 ‘베로니카의 수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백인 대장 ‘롱기누스(론지노 성인)의 창’ 등 걸작과 유물이 가득하다. 교황이 미사를 주례하는 ‘고백의 제대’ 위로 베르니니가 청동으로 만든 대규모 ‘발다키노’(제단 등을 덮는 천개)가 위치하고, 그 제대 아래 초대 교회의 수장인 베드로 성인의 무덤이 있다.

역시 베르니니가 설계한 ‘성 베드로 광장’은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광장 중앙에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25m의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고, 광장 주위는 16m가 넘는 284개의 기둥이 회랑을 형성하며 에워싸고 있다. 그 기둥의 꼭대기에는 140개의 성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인생의 황혼기에 설계한 140m 높이의 대성전 돔(지붕)은 지금도 로마 전역에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바티칸과 로마의 상징이다.

 
라테라노 대성전 파사드.

라테라노 대성전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Basilica Papale di San Giovanni in Laterano)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지난해 성전 봉헌 1700주년을 맞았다.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최초의 로마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24년에 봉헌해 ‘로마와 전 세계 보편 교회의 어머니이자 머리’로 불린다. 중세에는 방치되었으나, 인노첸시오 10세 교황의 지시로 건축가 보로미니가 재건을 맡아 고대 교회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건축 구조와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대성전 옆에는 수난 시기 본시오 빌라도 궁에서 예수님이 밟았던 계단의 일부로 기단석을 만든 ‘성계단’이 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성 헬레나 황후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유물로, 참회의 표시로 순례자들이 무릎을 꿇고 계단을 오르는 전통이 있다.

 
루카 성인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성모님과 아기 예수를 묘사한 이콘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대성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Basilica Papale di Santa Maria Maggiore)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건축 양식에서 고대 로마 대성당임을 느끼게 한다. 당대 최고의 기법으로 완성된 모자이크가 본당 벽면에 장식되어 서양 미술사의 진수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고대와 그리스도교, 현대의 유산이 동일한 공간에 공존하는 몇 안 되는 그리스도교 기념물 중 하나다. 대성전 내 바오로 경당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를 묘사한 이콘 ‘로마 백성의 구원자’가 있는데, 이 성화는 성 루카가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성모님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재현한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도움을 간구하던 로마 시민들을 지켜준 기적의 이미지로 여겨져 복제본은 세계적으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심을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성전은 황금 천당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사용된 황금은 스페인 통치자들이 보르지아 가문 교황들에게 기증한 것으로,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가져온 최초의 황금이다.

 
성 바오로 대성전.

성 바오로 대성전

‘성 바오로 대성전’(Basilica Papale di San Paolo fuori le Mura)은 성 바오로 사도가 참수형을 당해 순교하고 매장된 장소에 발렌티누스 2세·테오도시우스·아르카디우스 등 세 명의 황제가 재위할 때 지어진 것으로, 4세기경에는 오늘날의 대성전과 매우 유사한 건축물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앞의 대성전들이 로마를 두른 아우렐리아누스 성벽 안에 있었던 반면, 이곳은 ‘성벽 바깥’(fuori le mura)에 위치해 ‘성 밖 성 바오로 대성전’이라고도 불린다. 다른 대성전들과 달리 건립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던 ‘성 바오로 대성전’은 1823년 발생한 대화재로 페허가 됐다. 새로운 대성당을 짓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같은 해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레오 12세 교황이 ‘단 한 가지도 수정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함에 따라 거의 원형대로 재건됐다. 따라서 19세기가 고대의 대성전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대성전에서는 역대 교황들의 초상화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프레스코화로 제작됐으나 비오 9세 교황이 모자이크로 대체했다. 화재에 살아남은 초상화는 부속 수도원 회랑에 전시되어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 교황청 대성당들’은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를 비롯해 부산 영화의전당·안동중앙시네마·광주극장·대전아트시네마·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등 30여 개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된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사진 출처 = 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