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주일이다. 과거부터 현재, 서양에서 동양, 사제·수도자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복음화가 어떻게 발전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들을 골라봤다.
명청시기 예수회 선교사 한학의_史(역사) / 장시핑 / 전홍석 옮김 / 소명출판
16~18세기 동아시아에 온 유럽 선교사들은 동서양 간 문명교류를 이끌었다. 당시 유럽 라틴어·그리스도교 문명권에 전달된 동양 학문이나 동아시아 한문·유교 문명권에 확산된 서양 학문은 모두 이들의 저역서가 쌍방향 운반체 구실을 했다. 따라서 이들 선교사의 문헌은 초기 인류문명 교류사의 진귀한 보고로 매우 중요한 사료적·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최근 중국학계에서는 로마 교황청 바티칸도서관과의 국제 교류 협력을 통해 「바티칸도서관 소장 동서문화교류사 문헌총서」라는 제목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방대한 자료를 영인·발간하고 있다. 이 문헌총서의 학술 사업을 이끈 장본인이 베이징외국어대학교 장시핑 교수다.
장시핑 교수가 집필한 「명청시기 예수회 선교사 한학의_史(역사)」는 동서양 양대 문명권인 중국과 유럽 간 문화교류의 초기 역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예수회원으로 대표되는 유럽 선교사들이 남긴 방대한 한문 작품들은 동아시아의 근대적 사유의 발단·근대사상의 발생과정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토대가 된다. 명청시기 선교사 지식인들이 동아시아의 다양한 사회적 층위에서 상호작용한 역사적 사건이나 그 결과로서의 한문 문헌은 동아시아의 근대사·근대문화의 탄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역시 이들 한문 서학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엮고 옮긴 중국저장공상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전홍석 교수는 “명청시기 천주교 서양 선교사는 당대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 동아시아의 세계관과 그 주류 이념이었던 유교 천권(天權) 문명을 이해하고자 대화를 나누었고 이렇게 생산된 ‘천학(天學)’이라는 학술체계의 지적 구성물을 통해 도서 교류를 진척시킨 최초의 동아시아학자들”이라고 평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 / 김광서 신부 / 게쎄마니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은 맨발 가르멜 수도회 김광서 신부가 지난 2006년 집필한 스페인 부르고스 신학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엮은 책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은 맨발 가르멜 수도회 창립자로, 자신의 깊은 신비 체험을 스콜라 신학을 바탕으로 풀어내 보편 교회에 전해준 성인이다.
이 책은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과 인간이라는, 즉 본성과 본질이 다른 두 존재가 불일치하여 양립할 수 없다는 관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로 만나고 일치할 수 있다는 합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이를 위해 인간은 하느님의 본질인 사랑의 완성을 위해 창조되었으나 원죄 이후 죄와 결점, 욕의 속박을 받게 됐다는 인간학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십자가의 성 요한 영성의 목표인 변화적 합일의 완성으로써 하느님화와 그리스도화에 대해 전개한다. 인간은 육체적 감각과 욕에서 벗어나는 정화, 본질이 아닌 것과 하느님이 아닌 것에 대한 부정, 믿음·희망·사랑의 대신덕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간다. 그렇게 정화된 인간은 하느님과의 합일이라는 사랑의 완성 단계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성인의 저서와 가르침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 명제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드리고 싶었다”며 “성인의 영성은 이러한 하느님의 절대적 사랑에 바탕을 두고 사랑에서 출발해서,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사랑으로 완성되는, 사랑의 영성”이라고 말했다.
사제·수도 성소의 심리학 / 미하일 센마르토니 신부 / 김동규 신부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성경·신학과 교회 전승은 ‘성소’라는 용어에 ‘부르심’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소의 현상은 영적인 개념·심리학적 개념·그리스도교적 인간학의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적인 개념이 하느님께서 개인에게 선사하시는 직접적이고 특별한 부르심이라면 심리학적 개념은 자아실현에 초점을 둔다. 그리스도교적 인간학의 개념에서는 ‘초월성과 내재성’이라는 이중의 특성 안에서 성소를 바라본다. 결국 성소는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인격적 만남과 대화 안에서 자신의 깊은 내면을 인식하고 복음을 따르며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고 새로운 인격으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사제·수도 성소의 심리학」은 성소의 성숙과 발달과정, 식별과 양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1장부터 4장까지는 성소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와 신학적 성찰을 통해 성소의 진정한 의미와 차원을 개괄하고, 성소의 동기와 특징, 발달 과정을 정신분석·자아실현·자기초월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5장에서 9장까지는 성소의 의식·무의식적 동기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다양한 성소의 반대표지를 살펴봄으로써 성소 식별의 방법과 실천, 성소의 발달과 성숙을 향한 교육학적 토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 14장까지는 축성생활자로서의 독신, 성소 지도자의 양성, 성소의 위기를 병리학적·교육 심리학적·영성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미하일 센마르토니(예수회, 1945~) 신부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의 심리학부·영성신학부 교수로 일하며 심리학과 영성신학에 관한 다채로운 글을 저술하였다.
성 장주기 회장과 성 요셉 신학교 / 여진천 신부 / 기쁜소식
한국 교회에는 103위 성인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충북 제천의 배론에서 20여 년을 살았던 장주기(요셉, 1803~1866) 성인이다. 경기도 화성의 형편이 괜찮은 가문에서 태어난 성인은 학식 있고 슬기로우며 신심이 두터워 모방 신부에 의해 평신도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20년 동안 회장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1856년 베르뇌 주교가 배론 지역에 신학교를 세우자 자기 집을 신학교로 제공하며 신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이를 부인하지 않아 1866년 3월 30일 보령 갈매못에서 참수되었다.
「성 장주기 회장과 성 요셉 신학교」는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교회로부터 받은 소임을 충실히 따른 성인의 모범적인 일생을 담고 있다. 성인의 봉헌으로 세워진 성 요셉 신학교의 의의도 기술했다. 부록으로 원주교구 출신 순교자 97위의 명단과 한국전쟁 중 순교한 원주교구의 성직자와 평신도 11위(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명단을 함께 실어, 박해와 전쟁 중에서도 이어진 신앙의 뿌리를 다시금 되새겨 보도록 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명청시기 예수회 선교사 한학의_史(역사) / 장시핑 / 전홍석 옮김 / 소명출판
16~18세기 동아시아에 온 유럽 선교사들은 동서양 간 문명교류를 이끌었다. 당시 유럽 라틴어·그리스도교 문명권에 전달된 동양 학문이나 동아시아 한문·유교 문명권에 확산된 서양 학문은 모두 이들의 저역서가 쌍방향 운반체 구실을 했다. 따라서 이들 선교사의 문헌은 초기 인류문명 교류사의 진귀한 보고로 매우 중요한 사료적·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최근 중국학계에서는 로마 교황청 바티칸도서관과의 국제 교류 협력을 통해 「바티칸도서관 소장 동서문화교류사 문헌총서」라는 제목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방대한 자료를 영인·발간하고 있다. 이 문헌총서의 학술 사업을 이끈 장본인이 베이징외국어대학교 장시핑 교수다.
장시핑 교수가 집필한 「명청시기 예수회 선교사 한학의_史(역사)」는 동서양 양대 문명권인 중국과 유럽 간 문화교류의 초기 역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예수회원으로 대표되는 유럽 선교사들이 남긴 방대한 한문 작품들은 동아시아의 근대적 사유의 발단·근대사상의 발생과정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토대가 된다. 명청시기 선교사 지식인들이 동아시아의 다양한 사회적 층위에서 상호작용한 역사적 사건이나 그 결과로서의 한문 문헌은 동아시아의 근대사·근대문화의 탄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역시 이들 한문 서학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엮고 옮긴 중국저장공상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전홍석 교수는 “명청시기 천주교 서양 선교사는 당대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 동아시아의 세계관과 그 주류 이념이었던 유교 천권(天權) 문명을 이해하고자 대화를 나누었고 이렇게 생산된 ‘천학(天學)’이라는 학술체계의 지적 구성물을 통해 도서 교류를 진척시킨 최초의 동아시아학자들”이라고 평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 / 김광서 신부 / 게쎄마니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은 맨발 가르멜 수도회 김광서 신부가 지난 2006년 집필한 스페인 부르고스 신학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엮은 책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은 맨발 가르멜 수도회 창립자로, 자신의 깊은 신비 체험을 스콜라 신학을 바탕으로 풀어내 보편 교회에 전해준 성인이다.
이 책은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과 인간이라는, 즉 본성과 본질이 다른 두 존재가 불일치하여 양립할 수 없다는 관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로 만나고 일치할 수 있다는 합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이를 위해 인간은 하느님의 본질인 사랑의 완성을 위해 창조되었으나 원죄 이후 죄와 결점, 욕의 속박을 받게 됐다는 인간학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십자가의 성 요한 영성의 목표인 변화적 합일의 완성으로써 하느님화와 그리스도화에 대해 전개한다. 인간은 육체적 감각과 욕에서 벗어나는 정화, 본질이 아닌 것과 하느님이 아닌 것에 대한 부정, 믿음·희망·사랑의 대신덕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간다. 그렇게 정화된 인간은 하느님과의 합일이라는 사랑의 완성 단계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성인의 저서와 가르침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 명제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드리고 싶었다”며 “성인의 영성은 이러한 하느님의 절대적 사랑에 바탕을 두고 사랑에서 출발해서,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사랑으로 완성되는, 사랑의 영성”이라고 말했다.
사제·수도 성소의 심리학 / 미하일 센마르토니 신부 / 김동규 신부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성경·신학과 교회 전승은 ‘성소’라는 용어에 ‘부르심’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소의 현상은 영적인 개념·심리학적 개념·그리스도교적 인간학의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적인 개념이 하느님께서 개인에게 선사하시는 직접적이고 특별한 부르심이라면 심리학적 개념은 자아실현에 초점을 둔다. 그리스도교적 인간학의 개념에서는 ‘초월성과 내재성’이라는 이중의 특성 안에서 성소를 바라본다. 결국 성소는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인격적 만남과 대화 안에서 자신의 깊은 내면을 인식하고 복음을 따르며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고 새로운 인격으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사제·수도 성소의 심리학」은 성소의 성숙과 발달과정, 식별과 양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1장부터 4장까지는 성소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와 신학적 성찰을 통해 성소의 진정한 의미와 차원을 개괄하고, 성소의 동기와 특징, 발달 과정을 정신분석·자아실현·자기초월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5장에서 9장까지는 성소의 의식·무의식적 동기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다양한 성소의 반대표지를 살펴봄으로써 성소 식별의 방법과 실천, 성소의 발달과 성숙을 향한 교육학적 토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 14장까지는 축성생활자로서의 독신, 성소 지도자의 양성, 성소의 위기를 병리학적·교육 심리학적·영성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미하일 센마르토니(예수회, 1945~) 신부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의 심리학부·영성신학부 교수로 일하며 심리학과 영성신학에 관한 다채로운 글을 저술하였다.
성 장주기 회장과 성 요셉 신학교 / 여진천 신부 / 기쁜소식
한국 교회에는 103위 성인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충북 제천의 배론에서 20여 년을 살았던 장주기(요셉, 1803~1866) 성인이다. 경기도 화성의 형편이 괜찮은 가문에서 태어난 성인은 학식 있고 슬기로우며 신심이 두터워 모방 신부에 의해 평신도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20년 동안 회장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1856년 베르뇌 주교가 배론 지역에 신학교를 세우자 자기 집을 신학교로 제공하며 신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이를 부인하지 않아 1866년 3월 30일 보령 갈매못에서 참수되었다.
「성 장주기 회장과 성 요셉 신학교」는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교회로부터 받은 소임을 충실히 따른 성인의 모범적인 일생을 담고 있다. 성인의 봉헌으로 세워진 성 요셉 신학교의 의의도 기술했다. 부록으로 원주교구 출신 순교자 97위의 명단과 한국전쟁 중 순교한 원주교구의 성직자와 평신도 11위(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명단을 함께 실어, 박해와 전쟁 중에서도 이어진 신앙의 뿌리를 다시금 되새겨 보도록 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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