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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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영화의 향기 with CaFF] (252) 퍼레이드

참 빛 사랑 2024. 3. 29. 15:41
 

‘퍼레이드’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엄마가 혼자 남겨진 7살 아들이 걱정되어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미련이 남은 영혼들이 있는 공간에 머물며 아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들 료를 찾던 미나코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연옥과 같은 공간에 머무른 영혼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거리를 행진하는 퍼레이드에 동행한다.

영화 ‘퍼레이드’는 주인공 미나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은 야쿠자, 자신의 영화를 완성하고 싶은 영화 프로듀서,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손목을 그은 소녀, 곧 태어날 손주를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 이곳에 모인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은 문학청년 등 각기 다른 가슴 아픈 사연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미 죽은 이들이어서 서로에게 솔직하고 이해 충돌이 없어 갈등구조나 극적인 요소는 크지 않다. 하지만 지구 곳곳의 천재지변이 더 이상 비현실적이지 않고, 죽은 영혼들의 모습과 사후세계의 공간 배경이 이질적이지 않아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이 영화는 판타지 장르라기보다 삶과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가족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다룬 따뜻한 휴먼 드라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죽음과 그리움을 소재로 하면서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또 주인공 나가사와 마사미(엄마 역)를 비롯해 문학청년 아키라(사카구치 켄타로 역), 영화감독 마이클(릴리 프랭키 역) 등 인기 있는 일본 배우들의 캐스팅은 친근함을 더한다.

사실 영화 속 장면에서 지명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지만, 엄청난 피해와 상처가 남아있는 관동대지진의 쓰나미를 연상하게 된다. 많은 이가 일상을 빼앗기고 영화의 주인공 같이 사랑하는 가족을 갑자기 잃었던 만큼 이 사건을 소재로 영화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시선에서 남겨진 사람들을 향한 사랑을 그린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제 지난 3월 11일 일본 각지에서 13년째를 맞이한 3·11 대지진 추도식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서로 도와주는 선순환의 연결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이들의 인터뷰에서 의연하게 견뎌낸 모습이 엿보인다. 이들은 엄청난 재난을 겪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할 이들을 위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각오도 내비친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이웃의 돌봄으로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 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일상에서의 이웃사랑실천을 다짐해본다.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당신의 가련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셨다.”(이사 49,13)

2월 29일 넷플릭스 공개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