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구·수도회 ‘2020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이모저모
▲ 수원교구 주교단과 사제단이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6ㆍ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그럼에도 그 긴 세월이 지나도록 한반도는 분단됐고, 전쟁과 갈등, 질곡과도 같은 분단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이를 기억하며 한국 천주교회는 6월 25일 전국 교구와 수도회 성당에서 2020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다음은 각 교구와 수도회별로 봉헌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이모저모다.
수원교구는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들과 신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탈북민 A씨가 신자들을 대표해 “저희가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그 삶이 기도가 되어 북한 교회 안에 미움에 사랑을, 다툼에 용서를, 슬픔에 기쁨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게 해 달라”는 내용의 보편 지향 기도를 바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천적인 노력과 기도에 앞장서야 한다”며 “무기와 전력 증강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허구적인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그리스도교적인 진정한 용서와 화해만이 평화를 담보한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정부교구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교구장 이기헌 주교와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이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남북이 70년간 계속된 오해와 족쇄를 끊어야 한다”며 “전국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70년 동안 계속된 오해와 족쇄를 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족에게는 너무 긴 세월이었던 6·25 전쟁 발발 70년, 그 70년은 우리 민족이 새 출발을 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가 교구 성모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인천교구는 교구청 앞 성모당에서 교구장 정신철 주교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정 주교는 강론에서 1914년 12월 24일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과 독일군이 정전하고 함께 성탄을 축하한 일화를 언급하며 “이들이 한마음이 된 건 이념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본성에 귀를 기울인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인간을 하나로 묶는다”며 “한반도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보고 느끼며 우리가 먼저 신앙인으로서 주님 사랑을 살아가는지 반성해보자”고 권고했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실향민 2세 백현주(마리아, 반석2동본당)씨는 “남녘에 정착하느라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어서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아버지 고향에 가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대전교구는 주교좌 대흥동성당에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6ㆍ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그간 한국 사회를 짓누르며 편을 가르는 장벽이 돼 자유롭고 폭넓게 성장하지 못하게 만든 이 민족적 족쇄를 끊어내고 일어날 때가 됐다”며 “평화를 위해 매일 기도하는 우리는 먼저 각자 스스로 적개심을 버리고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제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더 열심히 기도하고 형제애를 넓혀가며 저마다 평화의 사도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산교구는 창원 사파동성당에서 교구장 배기현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중 김유철(스테파노)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반도 평화 공동체의 길’이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하며 신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부모님 고향이 함경도”라고 밝힌 배 주교는 “하루빨리 평화통일이 돼 남북이 서로 오가며 우리가 형제요 자매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며 “미워도 미워하지 말고 원수지만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안동교구는 주교좌 목성동성당에서 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권 주교는 강론에서 윤구병 작가가 쓴 글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에 담긴 내용을 인용, “사람들이 갈라지는 것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 꼭 같기 때문”이라며 “통일은 획일과 다르고, 통일은 서로 다른 것들이 따뜻하게 주고받으며 조화롭게 하나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일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우리가 모두 이처럼 통일을 준비하고 완성하는 마음이라면 남북통일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가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이광재 신부가 사목하던 양양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춘천교구는 양양성당에서 교구장 김운회 주교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고, 지구별로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양양본당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신자들의 월남을 돕다 순교한 이광재(티모테오, 1909~1950) 신부가 사목하던 곳으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등 200여 명이 한마음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김 주교는 강론을 통해 “현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듯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자비와 용서, 화해라는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평화와 통일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한국전쟁 당시 순교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믿음으로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일궈내자”고 강조했다.
원주교구는 원주 명륜동성당에서 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교구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 등 13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조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가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자력으로 해낼 수 없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며 “신앙을 가진 우리가 기도로 평화 통일을 계속 청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구는 이날 본당별로 일제히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가 남장협 민족화해전문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회장 박현동 아빠스)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성당에서 민족화해전문위원회(위원장 남승원 신부)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강론을 통해 “우리의 기도가 비록 작게 느껴지고 응답이 더디 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함께 바치는 기도를 통해 이 땅에 전쟁의 구조와 미움의 구조, 경쟁과 대립의 구조가 해체되고 화해와 협력, 상생, 평화의 체제가 구축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며 “작은 것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참된 화해와 형제애 평화를 주시도록 미사 중에 기도를 청하자”고 말했다.
미사 중에는 남장협 민족화해전문위원장 남승원 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한반도 화해ㆍ치유ㆍ평화 성명서’를 다시 낭독하고 “한마음으로 한반도에 화해와 치유의 빛이 높게 비칠 수 있도록 같은 지향으로 기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오세택ㆍ이상도ㆍ백영민ㆍ이정훈ㆍ도재진ㆍ이학주 기자
손춘복ㆍ백정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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