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ㆍ춘천교구 제97차 풍수원성체현양대회, “이웃을 위해 함께 울어주고 나누는 사랑의 밥” 다짐
▲ 11일 제97차 풍수원성체현양대회에 참여한 신자들이 ‘생명의 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며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 ‘제97차 풍수원성체현양대회’에서 산상 성체 거동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속에도 이날 사제, 수도자, 신자 900여 명이 성체 신심을 북돋고자 참여했다. 1920년 시작된 대회는 한국전쟁 시기 3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렸으며, 햇수로 올해 100년을 맞았다.
원주ㆍ춘천교구가 11일 강원 횡성 풍수원성당 일대에서 ‘제97차 풍수원성체현양대회’를 개최하고, 성체 신심을 북돋웠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와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를 비롯한 두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 900여 명이 약 100분 동안 이어진 미사와 성체 행렬, 성체 강복에 경건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도, 내리쬐는 뙤약볕도 ‘생명의 빵’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되새기려는 신자들의 걸음을 막진 못했다. 두 교구는 코로나19 지침을 준수하고자 어쩔 수 없이 올해엔 본당별 인원에 제한을 두고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다. 풍수원성당 입구에는 발열 검사기가 설치됐고, 마스크를 착용한 신자들은 줄을 지어 개인정보를 적고, 손소독을 마친 뒤 입장했다. 그간 5000여 명이 대회에 참여해온 것에 비하면 적은 인원이지만, 대형 버스 대신 본당 승합차 등을 이용해 삼삼오오 모였다.
풍수원성체현양대회는 강원도 최초의 성당인 이곳 풍수원성당에서 1920년 6월부터 개최해온 유서 깊은 성체 공경 신심행사다. 한국전쟁이 있었던 3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렸으며, 3년 뒤면 100회째를 맞는다.
오랜 전통만큼 일부 신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미사가 거행될 성체광장을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고, 주변에 마련된 간이 야외 고해소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신자들은 커다란 가림막 아래에 1m씩 떨어져 자리했고, 신자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사 중에는 ‘제자리 영성체’가 이뤄졌다. 대신 사제들이 일일이 다니며 성체를 분배했다. 보편지향 기도를 통해 특별히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기도 했다.
미사를 주례한 조규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성체는 교회의 심장이며, 사랑의 계약”이라며 “우리를 위해 기꺼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빵이 되신 예수님을 닮아 우리도 이웃을 위해 함께 울어주고 나누는 사랑의 밥이 되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 산상 성체동산까지 성체 거동은 김운회 주교가 주례했다. 김 주교는 성체 현시와 분향 후 신자 행렬과 함께 산상에 올라 성체 강복을 했다. 우거진 숲 사이로 성체가 나아가는 동안 신자들은 마스크 밖으로 성체 찬미가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뙤약볕 아래 산상 제단 앞에서는 땀이 맺힌 채 성체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고 기도에 임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산길을 오르기 어려운 신자들은 성당 안에서 성체 강복에 참여했다.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는 신자들에게 성찬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환으로 장기기증 서약 신청을 받고, 미사 중 기증서를 봉헌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성당 일대를 빠져나오는 신자들의 모습이 주변 선산과 어우러졌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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