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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 해외 봉사 통해 한뼘 성장 “준 것보다 얻은 게 많아요”.

참 빛 사랑 2019. 8. 16. 20:35


탈북 청소년·대학생들, 몽골 봉사에 나서다 (상)


▲ 탈북 청소년들이 수도자들과 함께 몽골 노밍요스 초등학교 담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 탈북 청소년들이 노밍요스 초등학교 담에 그린 벽화는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미지가 많았다.


▲ 탈북 청소년들이 몽골 노밍요스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눈 가리고 달리기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살레시오 수녀회 몽골공동체 수도원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우니타스 몽골 봉사단원들.




만남은 짧았고, 헤어짐의 아쉬움은 길었다. 탈북 청소년ㆍ대학생들과 몽골 어린이들의 만남은 그렇게 긴 여운을 남겼다. 7월 22∼29일, 7박 8일간의 짧은 봉사 일정이었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몽골에 남긴 작은 희망의 씨앗은 우정으로 남았다. 봉사 지역은 몽골 울란바타르 시 9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낙후한 성긴하이르한 자치구 고이혼도 유치원과 노밍요스 초등학교. 수도 서남쪽 인구 23만 명의 가난한 자치구에서 살레시오 수녀회 ‘몽골 도움이신 마리아 공동체’가 운영하는 학교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한 건물에 있어 120여 명 안팎 아이들로 복작대는 이 작은 학교에서 이뤄진 탈북 청소년, 대학생들과 맑은 동심을 지닌 어린이들과의 만남은 탈북 청소년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를 딛고 돈독한 정을 나눌 수 있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진하게’ 체험하게 해주는 장이 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주최ㆍ주관하고, 남북하나재단(이사장 고경빈)이 후원한 ‘우니타스 몽골 봉사단’의 봉사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탈북 청소년 쉼터 복자 여명의 집에서 살며 늦깎이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광옥(19)양. 2015년 8월 탈북, 2년 2개월 뒤 한국에 들어온 그는 몽골에 봉사하러 왔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꿈만 같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봉사를 하러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엄마와 함께 중국에 건너왔다가 사기를 당한 그는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게 됐다. 뒤이어 엄마도 탈북해 서울에 자리를 잡았지만, 정착이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이번 몽골 봉사활동은 그에게 무척 뜻깊다. “양강도 혜산에서 중학교 5학년까지 다녔는데, 이번에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정말 기뻐요. 이런 자리가 아니고는 만날 기회가 없잖아요? 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몽골 친구들을 만나며 제가 너무도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재능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보람이 컸고요. 그동안 받기만 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주고 싶어요.”

몽골 봉사에 함께한 탈북 청소년은 모두 27명. 서울 어울림쉼터ㆍ센터, 복자 여명의 집 등 교구 내에서 수녀회들이 운영하는 탈북 청소년 쉼터나 공동생활가정 청소년들과 서울 시내 탈북 청소년, 대학생들이 위주였다. 탈북한 무연고 10~20대 초반 여성들의 생활공동체인 복자 여명의 집에서 엄마 역할을 하는 김영년(데레사, 한국순교복자 수녀회 총원) 수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 봉사활동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경비 문제로 어려움이 컸다”며 “그런데 이번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덕분에 몽골 봉사가 성사돼 정말 행복하고, 아이들에게 진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6명의 아이 중 대입 준비를 하는 두 아이를 빼고 네 아이가 왔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되먹임(피드백)도 해보고 체험 나눔도 하며 봉사활동의 교육적 의미를 최대한 살리겠다”고 덧붙였다.

봉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노력 봉사와 교육 봉사로 진행했다. 오전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둘러싼 외벽에 벽화를 그리거나 학교 시설물을 보수하고 잡초를 뽑았다. 오후에는 몽골 어린이들과 함께 기타와 오카리나, 컵 난타, K-POP 안무, 비트박스(Beat box) 연습에 몰두했다.

노력 봉사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역시 학교 담에 벽화 그리기였다. 4개 조별로 소설이나 연극, 만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동물 이미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 꿈(창세 28,10-12), 무지개와 남북한 국기ㆍ국화를 그려 한국과 몽골, 두 나라 사이의 우호와 친선을 다졌다. 우기여서인지, 배경으로 흰 페인트를 칠하는 중에 이틀간 비가 내려 어려움이 컸지만, 배경색을 두 번이나 칠하고 그 위에 분필로 밑그림을 그린 뒤 색을 칠하는 과정을 거쳐 애초 목표했던 벽화를 모두 완성했다. 거기에 추가로 학교에서 주문한 학교 건물 현관 벽화까지 완성해내는 활력을 보였다. 또한, 탈북 청소년들은 봉사단의 이름인 라틴어 우니타스(Unitas), 곧 ‘일치’라는 의미를 살리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함북 온성군 출신 김 아녜스(23)씨는 “무지개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 국기를 그리고, 그 안에 몽골 국화인 연꽃과 우리나라 무궁화, 북한 국화인 목란을 그려 몽골은 물론 남북한 어린이들이 통일될 그 날에 꼭 만나서 함께하게 되기를 기원했다”면서 “다른 조보다 그림이 훨씬 복잡해서 잘 그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밍요스 초등학교 5학년 짜를쎄흥 아농거(10)양은 “언니, 오빠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짧은 영어와 몽골어로, 또 몸짓으로나마 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예쁜 캐릭터 그림까지 그려줘서 매우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비록 나흘밖에 배우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학교에서 배운 리코더에 이어 오카리나 연주도 배워서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고이혼도 유치원장과 노밍요스 초등학교장을 겸하는 장계자(마리아 도미니카) 수녀는 “탈북 과정에서,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며 “우리 몽골 아이들과 어울리며 같이 벽화를 그리는 걸 보니, 수녀님들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봉사 중에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 집이려니, 하며 아이들과 잘 지내고 많이 보고 듣고 느끼길 바란다”면서 “언젠가는 이번에 봉사하러 온 탈북 청소년들이 멋지고 참되게 자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몽골에 다시 오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