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톨릭 평화 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Pax Christi)가 한국에 설립된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는 24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체칠리아홀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로 설립 총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기도와 평화 운동의 닻을 올린다.
팍스 크리스티는 ‘그리스도의 평화’라는 뜻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3월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던 교사 마르테 도르텔 클로드가 몽토방교구 피에르 마리 테아 주교를 찾아가 용서와 화해 운동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유다인을 박해하던 나치에 항의하다가 감옥생활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평화 운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던 테아 주교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설립을 추진했고, 이후 74년 동안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은 반핵과 군축, 제3세계 빈곤과 독재 해결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은 또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와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 반포에도 이바지했다. 군부 독재에 맞서다 순교한 엘살바도르의 성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도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의 긴밀한 협력자였다.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50여 개국 120여 개 단체, 50여만 명이 팍스 크리스티와 함께하고 있다.
팍스 크리스티는 △국제적인 운동의 성장과 통합을 촉진하고 △국제 무대에서 지구적 차원의 운동을 최선을 다해 조직하고 대변하며 △비폭력 평화 운동 단체 소속 회원들의 능력을 배양하고 △살아 있는 영성을 분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영성을 심화하는 네 가지 핵심적 참여 수단을 통해 활동한다. 복음과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두고 ‘기도ㆍ공부(연구)ㆍ실천’을 방법적 원리로 삼아 ‘평화로운 세계, 모든 폭력에서 자유로운 세계 건설’이라는 비전을 추구한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준비위원장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는 “그간 한국 교회 안에서 평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 문제는 국내에서만 해결할 수 없고 또 한계가 있기에 국제 연대를 통해 국제화하고 교회 NGO로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와 함께하는 데 한국 교회에서 파트너가 되자는 취지로 팍스 크리스티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이제는 아시아 문제에 대해 아시아 교회와 함께 연대적 입장에서 평화와 인권의 목소리를 내자는 뜻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맹현균 기자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