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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쩌하나?

[아! 어쩌나] 426·끝. 영성 심리의 이득.

참 빛 사랑 2018. 1. 26. 15:58


▲ 칼럼 연재를 마치는 홍성남 신부가 수화로 ‘사랑합니다’를 표현하고 있다. 8년 9개월여 간의 애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가톨릭평화신문의 최장수 상담 칼럼 ‘아! 어쩌나’를 통해 독자들의 심리 문제와 궁금증을 풀어줬던 홍성남(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신부가 426번째 칼럼을 끝으로 연재를 마친다. 2009년 4월 19일 자(1015호)로 시작한 지 8년 9개월여, 3207일만이다.

17일 상담소에서 만난 홍 신부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기쁘지 않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착하고 순종적인 사람일수록 죄책감과 완전강박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상을 타개하고자 상담 칼럼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홍 신부는 “가톨릭평화신문ㆍ방송에서 상담 칼럼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전부 문을 닫는 것은 매우 아쉽다”면서 “내가 아니더라도 상담 관련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신부는 칼럼을 통해 성장 과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 종교인이 되면 폭력적이거나 폭군이 되기 쉬운 ‘삶의 패턴’을 발견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도덕적 자아가 비대한 이들이 신앙생활을 하면 완전강박증과 불안증 등으로 마지못해 신앙생활을 하다 일상생활도 활력을 잃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대안을 제시했다.

홍 신부는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개인적으로는 크고 작은 일을 많이 겪었다”고 웃음 지었다. 홍 신부는 칼럼을 계기로 cpbc TV와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또, 건강 악화로 지난해 칼럼을 몇 주간 쉴 때도 있었다. 2009년 서울 가좌동본당(현 가재울본당) 주임 시절에는 가재울 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성당 존치와 이전을 놓고 조합 등과 갈등을 겪었다. 2010년부터는 「벗어야 산다」, 「새장 밖으로」 등 10여 권의 심리상담 책도 냈다. 칼럼 연재 전 500여 명에 불과했던 홍 신부 상담 카페(cafe.daum.net/withdoban) 회원 수는 1만 1000명을 넘었다.

“‘아! 어쩌나’ 덕분에 2011년 조선일보에 인터뷰가 게재되고 2012년에는 KBS TV 프로그램 ‘아침 마당’에 두 차례나 출연하게 됐지요. 아침 마당 이후 비신자 팬도 늘어 ‘국민 신부님’이란 호칭까지 얻었습니다.”

칼럼 연재로 시작한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덕분에 유명해졌다는 홍 신부는 “가톨릭교회에 영성심리상담이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린 계기가 됐다”며 “오랜 기간 연재 기회를 준 가톨릭평화신문 관계자와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 신부는 “지난 10년 동안 교회 안에 영심심리상담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크게 향상됐다”면서 “천호동ㆍ노원ㆍ방배동 등 본당 상담소 개소와 상담학회 발족은 고무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 추기경님이 터를 닦으시고 염 추기경님이 집을 지으신 셈”이라며 “이제는 본당 사제들이 더 영성심리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한다면 심리 상태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안 좋았다가 회복하는 시간이 적게 걸리는 사람이 건강합니다. 무엇을 해도 욕구불만이 생긴다면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사진=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아! 어쩌나] 426·끝. 영성 심리의 이득.




‘영성 심리를 공부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우선 영성 심리의 개념부터 말하자면, 일반 상담심리가 상담가와 내담자의 일 대 일의 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반면 영성 심리는 상담가와 내담자가 하느님 안에서 함께 기도하며 심리적 상처를 치유해 간다는 것이 다릅니다. 영성 심리는 일반 상담에선 알 수 없는 ‘잘못된 신앙생활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문제들과 영적인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득입니다. 사람은 영적인 영역과 심리적인 영역 그리고 신체적인 영역이 균형을 이룰 때 가장 건강합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성 심리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지침을 알려주는 중요한 공부입니다.

두 번째는 영성 심리를 통해 더 깊은 자기 통찰을 할 수 있습니다. 영성 심리에서는 자기 문제를 보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만 봐서는 절대로 꼬인 상황을 풀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담자들이 자기 문제를 보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러나 자기 문제를 보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남의 탓을 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영성 심리상담은 수도자처럼 자기 자신을 보는 과정으로 이끌기에 신앙생활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앙생활을 더 심화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이것은 죄를 성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더 깊은 자기탐색이기에 신앙인들에게 아주 유용합니다.

세 번째 이득은 영성 심리는 신앙인의 마음에 힘과 자유로움을 줍니다. 대체로 독실한 신앙인 중에서 병적인 죄책감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병적인 죄책감은 독성과 같은 심각한 수치심을 유발하고, 이는 결국 병적인 신앙생활을 조장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합니다. 영성 심리상담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알려주기에 신앙인들이 꼭 공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영성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글을 쓰고 강의한 초기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욕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러길 벌써 20여 년. 지금은 많은 분이 격려해주시고 같이 공부하는 사제, 수도자 신자분들이 생겨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계십니다. 몇 명 안 되는 인원으로 시작한 저의 상담 카페(cafe.daum.net/withdoban) 회원은 1만 1000명을 넘겼고, 국내외 많은 분이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부를 하고 계셔서 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어쩌나?’ 마지막 회를 쓰면서 그동안 지면을 내어주고 지원해주신 가톨릭평화신문, 특히 제 칼럼을 한결같이 밀어준 ‘아! 어쩌나’ 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전국지에 얼굴이 실리고 공영방송에 출연해 가톨릭교회의 영성 상담심리를 알리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제가 주임으로 있던 가재울성당 재개발 문제와 맞물려 몹시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님과 성모님께서 이끌어주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끝으로 성모님 이야기로 마무리하지요. 재개발 당시 성당마저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자들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고 불안할 때 성모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언뜻 떠오른 생각 하나는 성당에 성모님의 대형 초상화를 붙여 사람들에게 여기에 성당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도 보일 정도의 성모님 플래카드를 붙이고 매일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조합 측에서 성모님 플래카드를 떼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이유는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무섭다는 것인가 하고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성모님 얼굴이 화가 난 얼굴처럼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 도둑놈들아 너희가 하는 짓에 성모님이 화가 나신 거다’ 하고는 협상이 종결될 때까지 플래카드가 찢어지면 갈아서 붙이고 하는 일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가재울성당은 성모님이 만드신 것입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면 당신이 이끌어주신다는 것을 배운 것이 가재울성당 재개발 현장이었고 그곳에서 영성 상담심리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공부하는 은총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아! 어쩌나’를 집필해 주신 홍성남 신부님과 애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