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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도시들

[성경 속 도시] (73) 엔 게디.

참 빛 사랑 2017. 12. 19. 21:03


사울에게 쫓긴 다윗의 은신처


▲ 엔 게디의 청동기 시대 신전 유적, 사해 연안. 출처=「성경 역사 지도」




사해에 위치한 엔 게디는 오늘날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휴양지이다. 관광객은 물론 성지 순례자들도 이곳에 들러 사해 온천을 즐기곤 한다. 엔 게디라는 말은 “들염소의 샘”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엔 게디는 네게브 사막의 북쪽에 있다. 쿰란에서 불과 20km 정도 남쪽, 사해 서안 중앙부에 있다. 주변의 황량한 사막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매혹적으로 조성된 오아시스 지대에 있다.

매우 건조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샘이 솟아 오래전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거주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이곳 부근의 텔(층을 이룬 흙무덤)을 발굴한 결과 기원전 4000년대 청동기시대의 성소 유물이 나왔다. 발굴에 따르면 기원전 7세기부터 유다인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해 기원후 6세기 중엽에 파괴되기까지 1000년 이상 살았다고 한다.

엔 게디는 기원전 6세기 말, 바빌로니아 군에 의해 파괴됐으나 바빌론 유배 후 귀국한 유다인들에 의해 재건됐다. 이후 하스몬 왕조 시대(기원전 152~37)에 유다인 정착지가 된 후 비잔틴 제국이 쇠퇴할 때까지 700년간 지속됐다. 오늘날 이곳에는 1949년 이래 유다인 정착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엔 게디는 사울로부터 도피한 다윗의 은신처였다. 사울에게 쫓기던 다윗이 숨은 곳이 엔 게디 산성이다. “다윗은 그곳에서 올라가 엔 게디 산성에 머물렀다. 사울이 필리스티아인을 쫓아내고 돌아왔을 때, 누군가 사울에게 다윗이 엔 게디 광야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1사무 24,1-2). 다윗은 동굴 안에 있을 때 사울의 옷자락을 자른 뒤 사울 임금님을 죽이지 않는다. 사울은 주님께서 기름으로 성별하신 이였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임금님 눈으로 확인해 보십시오. 오늘 주님께서는 동굴에서 임금님을 제 손에 넘겨주셨습니다. 임금님을 죽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그분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니 나의 주군에게 결코 손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임금님의 목숨을 살려 드렸습니다”(1사무 24,11).

아가서에서 한 여인은 자기 연인을 ‘엔 게디 포도밭의 헤나 꽃송이’에 비유했다. “나의 연인은 내게 엔 게디 포도밭의 헤나 꽃송이어라”(아가 1,14). 그만큼 엔 게디가 아름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고대에는 ‘헤나’로 빨간 염료를 만들었으며, 화장품으로도 사용했다. 헤나는 굵고 하얀 꽃으로 피며, 향기는 장미꽃 같다. 유목 여인들은 몸에서 염소 냄새를 없애려고 겨드랑이 부근이나 머리에 헤나 꽃을 꽂기도 했다.

집회서는 지혜가 성장하는 모습을 엔 게디의 야자나무에 비긴다. “나는 엔 게디의 야자나무처럼 예리코의 장미처럼 평원의 싱싱한 올리브 나무처럼 플라타너스처럼 자랐다”(집회 24,14). 엔 게디의 샘물은 아마도 대추야자를 재배하기 위해 물을 대는 데 처음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엔 게디의 솟구치는 폭포를 향해 길을 올라가면, 사울 왕을 피해 숨은 다윗의 모습이 벼랑의 동굴 모습과 함께 생생하게 살아 다가온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