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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를풀이함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3> 93 임하소서 임마누엘 (상)~(중)

참 빛 사랑 2016. 12. 8. 13:47



▲ ‘오! 안티폰’(O Antiphons)을 상징하는 그림.

▲ ‘오! 안티폰’(O Antiphons)을 상징하는 그림.





대림 시기이다. 이 시기 동안 부르는 성가 중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성가는 아마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성가가 아닐까 싶다.

이 성가의 기원은 멀게는 약 8세기쯤부터 불린 그레고리오 성가였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 성가 가사의 기원이 흥미롭다. 우리 교회는 시간전례 저녁 기도에서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를 기도하기 전에 항상 안티폰(현재 성무일도서의 후렴)을 불러왔다. 대림 시기 중 17~24일까지는 특별히 오시는 그리스도를 서로 다른 호칭으로 부르며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짧은 기도문을 사용해왔다. 이를 ‘오! 안티폰’(O Antiphons)이라고 하는데, 각 호칭과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17일 : O Sapientia (오, 지혜, 지극히 높으신 이의 말씀이여, 끝에서 끝까지 미치시며, 권능과 자애로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이여, 오시어 우리에게 현명의 도를 가르쳐 주소서.)

18일 : O Adonai (오 주여, 이스라엘 집안을 다스리시는 이여, 타는 가시덤불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셨고, 시나이 산에서 그에게 당신 법을 주셨으니, 오소서, 팔을 펴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19일 : O Radix Jesse (오, 이새의 뿌리여, 만민의 표징이 되셨나이다. 주 앞에 임금들이 잠잠하고, 백성들은 간구하오니, 더디 마옵시고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하소서.)

20일 : O Clavis David (오, 다윗의 열쇠여, 이스라엘 집안의 홀이시여, 주께서 여시면 닫지 못하고, 닫으시면 아무도 열지 못하오니, 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자를 그 결박에서 풀어 주소서.)

21일 : O Oriens (오, 동녘에 떠오르는 영원한 빛, 찬란한 광채, 정의의 태양이시여, 오시어 어둠과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어 주소서.)

22일 : O Rex Gentium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 벽을 맞붙이는 모퉁이 돌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몸소 만드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23일 : O Emmanuel (오, 임마누엘이여, 우리의 임금이시요 입법자시며 만민이 갈망하는 이요 구속자시니,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 주 천주여.)



이렇게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기도문들을 모두 합쳐서 ‘그레이트 오 안티폰’(Great O Antihons)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임하소서 임마누엘’ 성가는 이 기도문에서 기원한 성가다.

[이상철 신부의 성가 야기] <44> 93 임하소서 임마누엘 (중)

기도문은 6세기경 시작, 12세기부터 성가로 불러


▲ 독일의 찬미가 학자였던 다니엘이 1844년에 「찬미가의 보고(寶庫)」(Thesaurus Hymnologicus)라는 책을 출판해 이 가사의 전통을 잇는다.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성가는 앞선 글에서 소개한 대로 성무일도에서 바치던 기도문인 ‘오, 안티폰(O, Antiphon)’에서 비롯됐다.

손더스(William. P. Saunders, 1957~ ) 신부에 의하면 이 안티폰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보에시우스(Boethius, 480~524)가 이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이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8세기에는 로마에서 이 안티폰들을 전례 중에 사용했다. 수도원에서는 널리 불리던 안티폰들이었을 뿐 아니라 당시에 ‘오 안티폰’이라는 것이 마치 관용구처럼 사용됐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상당히 초창기부터 사용한 기도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음악원 교수인 그린버그(R. Greenberg, 1954~ )는 베네딕도 수도원에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에 이어지는 단어들의 첫 글자를 거꾸로 배열하기도 했다. 즉 이 단어들을 ‘Emmanuel, Rex, Oriens, Clavis, Radix, Adonai, Sapientia’로 만들어 첫 글자를 이으면 ‘Ero Cras’, 즉 ‘내가 내일 온다’라는 단어가 된다면서 대림 시기의 의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신학자인 콘넬(Martin Con- nell)은 ‘오, 안티폰’은 지역이나 교회마다 서로 다른 단어들로 구성되기도 했고, 이런 식의 짜 맞추기는 교회 전통도 아니기 때문에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이와 같은 7가지의 호칭으로 성가 가사를 만들어 노래로 부르기 시작한 때는 대략 12세기께부터다. 그런데 현재 이에 대한 최초 기록은 1710년에 출판된 「가톨릭 시편 노래집(Psalteriolum Cantionum Catholicarum)」 7번째 판이다. 이 책은 예수회 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해 예수회의 찬미가 학자였던 헤링스도르프(Johannes Herringsdorf, 1606-1665)가 만든 일종의 성가 책이다. 1610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판을 거듭하면서 1868년까지 출판됐다. 이 책은 7개의 호칭 가운데 2개(Radix와 Sapientia)를 생략하고, 마지막 호칭이었던 임마누엘을 제일 앞으로 놓았다. 또 각각 ‘임하소서(Veni)’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4줄짜리 형태로 가사를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뻐하라, 이스라엘이여, 임마누엘이 오시리로다’라는 후렴이 덧붙여진 형태로 이 가사를 정착시키게 된다.

한편 독일의 찬미가 학자였던 다니엘(Hermann Adalbert Daniel, 1812~1871)이 1844년에 「찬미가의 보고(寶庫)」(Thesaurus Hym- nologicus)라는 책을 출판해 이 가사의 전통을 잇는다. 한편 이 책을 접한 영국의 성직자이자 찬미가 작가였던 닐(John Mason Neale, 1818~1866)에 의해 영미권에도 이 가사가 널리 퍼지게 된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