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고 믿고 행하여라
예수의 기도②(2605~2611항)
교리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님께서 바치는 기도의 심오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붙잡히시기 전에 바치신 기도(‘아버지…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루카 22,42)뿐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말씀을 통해서도, 기도하는 것과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동일한 행동임을 보여 주신다”(2605항).
무슨 뜻일까요?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게 해 달라는 예수님의 기도대로 예수님은 수난과 죽음의 길을 가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도 그 말씀대로 이루어집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루카 23,34)라는 말씀대로 이루어지고, 함께 매달린 죄수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라고 하신 말씀대로 그 죄수는 그렇게 됩니다. 또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하신 말씀대로 마리아는 어머니가 되고 요한은 아들이 됩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하고 말씀하실 때나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기도와 자기 증여는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교리서는 나아가 이렇게 웅장하게 설명합니다. “죄와 죽음의 노예가 된 인류가 지나온 모든 시대의 온갖 고뇌, 그리고 구원 역사에 나타나는 모든 청원과 전구는 강생하신 말씀의 이 ‘큰 소리’ 속에 합류된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시고…당신 아드님을 부활시키심으로써 그것들을 모두 들어주신다. 이렇게 해서 창조와 구원의 경륜을 통해 기도의 드라마가 전개되고 완성된다”(2606항). 한 마디로 인류의 모든 청원과 전구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사건에서 완전히 성취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그 자체가 기도하는 법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좀더 분명하게 기도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기도하는 데에 먼저 필요한 것은 회개입니다. 제단에 예물을 바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하고(마태 5,23-24 참조),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마태 5,44-45 참조), 기도할 때는 마음속으로부터 용서하고(마태 6,14-15 참조), 많은 말을 되풀이하지 말고 골방에서 기도하며(마태 6,7), 마음을 깨끗이 해 하늘나라를 구하는 것(마태 6,21.25,33 참조)이 필요합니다. 이런 회개는 우리를 온전히 하느님 아버지께 향하게 합니다.
이렇게 회개하는 마음을 지닐 때 우리는 또한 믿음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르 11,24). 믿음으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해서 믿음의 기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회개, 믿음, 하느님의 뜻을 행하려는 마음은 그리스도인의 기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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