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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11) 예수의 기도 - 때가 찼을 때 (「가톨릭 교회 교리서」 2598~2622항)

참 빛 사랑 2016. 8. 12. 09:52

“아버지 당신 뜻대로 이뤄지게 하소서”



구약에 나타난 기도에 이어 이번 호부터는 교리서가 ‘때가 찼을 때’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는 예수의 기도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살펴보는 것은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우리에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가르쳐 주시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또 예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주시는지를 깨닫고자 함입니다.



예수의 기도①(2599~2604항)

예수님은 어떤 때에 기도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기도하십니다. 세례 때와 영광스러운 변모 때에는 아버지이신 성부께서 당신에 대해 증언해 주시기 전에 기도하십니다(루카 3,21-22 ; 9,28-36 참조). 또 수난을 통해 아버지의 계획을 이루시기에 앞서 기도하십니다(루카 22,39-46 참조). 열두 사도를 선택하여 부르시기 전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신앙 고백을 하기 전에도 기도하십니다(루카 6,12; 9,18-20 참조).

아버지 하느님께서 성취하라고 명하신 구원 활동을 펼치시기에 앞서 드린 예수님의 기도는 인간으로서 예수님이 지니신 뜻을 사랑이 충만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겸손과 신뢰로서 먼저 맡기는 기도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인간으로서 계획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 뜻을 신뢰하며 그 뜻에 자신의 계획을 겸손하게 맡기는 기도입니다. 내가 계획한 일이 잘 이뤄지도록 해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계획한 일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 안에서 이뤄지도록 맡겨 드리는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한 밤에, 홀로, 산으로 가서 자주 기도하셨습니다. 기도는 물론 언제 어디서나 바칠 수 있습니다만, 예수님께서 이렇게 밤에, 홀로, 산으로 가서 기도하셨다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 뜻을 찾고 그 뜻에 자신의 뜻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도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이런 모범을 따라 우리도 기도할 때는 기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자주 고요하고 외딴곳을 찾아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때 바친 기도 두 편의 내용이 잘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는 마태오 복음 11장 25-27절에 나오는 기도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신비를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 드러내 보이신 것에 먼저 감사를 드리며 “그렇습니다, 아버지!” 하고 감탄하십니다. 이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예수님이 마음 깊이 동의한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모든 기도는 성부의 ‘심오한 뜻’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의로 집약됩니다(2603항).

다른 하나는 라자로를 다시 살린 사건과 관련해 나옵니다(요한 11,41-42). 여기서 예수님은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하고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이어서 “아버지께서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고 덧붙입니다. 이 기도에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언제나 예수님의 청을 들어주신다는 것과 또한 △예수님께서도 끊임없이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고 계신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기도를 드릴 때는 기도를 통해서 청하는 선물보다 기도를 통해서 그 선물을 주시는 분의 뜻에 일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사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