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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떠나는 이스라엘 성지기행] 15.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

참 빛 사랑 2015. 5. 2. 08:12

 

 

[사진으로 떠나는 이스라엘 성지기행] 15.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


 

▲ 성 프란치스코회 수도자 포지본시 니콜로가 쓴 1347년 여행기에 "갈릴래아 카나 마을은 그리 크지 않은데…거기에는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념 성당이 있다"면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물동이에 채웠던 물을 길어온 우물을 언급했다. 오늘날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 제단 중앙에는 예수님의 첫 기적을 상징하는 물동이가 놓여 있다. 사진은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 제단 위에 놓인 6개 물항아리와 성화.



▨혼인잔치 묵상

 포도주는 잔치의 표현이다. 유다인들은 안식일과 파스카 축제의식, 혼인잔치 때 반드시 포도주를 마신다. 또한 포도주는 하느님께서 인류와 함께 벌이실 궁극의 잔치, 이스라엘이 기대하던 그 잔치가 어떠한 것인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시온)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 25,6).

 복음서에서 새 포도주 선물의 의미는 카나 혼인잔치 이야기(요한 2,1-12)에서 중심 주제로 펼쳐진다. 요한복음 저자는 이 이야기를 '사흘째 되는 날'로 시작한다. 언제부터 따져서 사흘째 날에 카나 혼인잔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성경에서 '사흘째 날'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하느님께서 시나이산에서 사흘째 날 아침에 인간에게 나타나셨다(탈출 19,16-18). 또 예수께서 죽으시어 무덤에 묻히신 지 사흘째 날 부활하셨다. 사흘째 되는 날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의 첫 기적이 행해진 것은 하느님의 자기현시가 처음으로 실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작은형제회 예루살렘 성지 관구는 1881년 이곳에 성당을 봉헌했고, 1901년 보수, 현재의 성당 정면을 만들었다. 사진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새 단장한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


 또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직 당신 때가 오지 않았는데도 그 때를 앞당겨 하느님과 온 인류가 함께할 혼인잔치를 보여주셨다. 이 혼인잔치는 미사 성찬례를 통해 똑같은 일이 계속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카나의 넉넉함은 인류와 하느님의 잔치가 시작됐고,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선사하기 시작했다는 표징이다"며 "이 혼인잔치는 기적 그 자체를 뛰어넘어 하나의 상징으로서 메시아 시대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느님이 당신 백성과 벌이시는 혼인잔치의 시간이 예수의 오심과 함께 이미 시작됐고, 세말에 실현될 약속이 지금이라는 시간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풀이했다(「나자렛 예수」 1권 357-420쪽 참고).
 

▲ 이스라엘을 찾은 많은 순례자가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에서 혼인갱신예식을 갖는다. 사진은 브라질 순례자들이 카나 성당에서 혼인갱신예식을 하는 모습이다.


 ▨혼인잔치기념성당

 카나는 예수의 첫 번째 기적뿐 아니라 죽기 직전인 왕실 관리의 아들을 고쳐주는 두 번째 기적도 행한 장소이다(요한 4,46-54). 카나는 또한 '나타나엘'이라고도 불리는 바르톨로메오 사도의 고향(요한 21,2)이기도 하다.

 종말에 하느님과 인류가 함께할 혼인잔치를 미리 보여준 카나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요한복음서는 '갈릴래아 지방 카나'(요한 2,1;4,46)라고 명시함으로써 페니키아 지방 티로의 남쪽에 위치한 카나(여호 19,28)와 구별 짓는다. 이어 예수께서 혼인잔치를 마치고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셨다'(요한 2,12)고 기록함으로써 카나가 갈릴래아 호수 서편 어느 산악지대나 언덕배기에 위치한 곳임을 암시하고 있다.

▲ 카나 혼인잔치기념성당 지하에는 초세기 유다인 회당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들이 발굴돼 있다. 그중 4세기의 유다인 아람어 비문이 발견됐는데 "이 모자이크를 만든 그의 아들들, 부탑의 아들, 탄훔의 아들, 요셉을 기억하는 이에게 축복이 있기를! 그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아멘!"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은 성당 지하에 있는 초세기부터 4세기까지 유다인 거주지역 유적.


 성경고고학자들은 오늘날 나자렛에서 북동쪽 6㎞ 떨어진 갈릴래아 지방 작은 마을 '케페르 카나'를 예수께서 첫 기적을 행한 바로 그 '카나'라고 단정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와 동방교회의 '혼인잔치기념성당'이 있는 곳도 바로 케페르 카나이다.

 가톨릭성당은 작은형제회 예루살렘 성지 관구가 세운 것으로 성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은 카나 유적지를 보존하려고 1641년부터 노력했으나 거의 200년이 지난 1879년 다마스쿠스 통치자의 도움으로 겨우 획득했다. 이미 동방정교회에서는 1566년 카나에 혼인잔치기념성당을 건립했다. 이 시기 작은형제회 수도자들은 폐허가 된 유적지 근처에 있는 아랍인 집에 살고 있었다. 작은형제회 예루살렘 성지 관구는 1881년 이곳에 성당을 봉헌했고, 1901년 보수, 현재의 성당 정면을 만들었다. 1997년 가을에는 대대적인 고고학 발굴 작업을 시행해 초세기 유다인 회당과 그리스도인 무덤, 5세기경 아람어 모자이크 등을 찾아냈다. 오늘날 성당은 대희년을 맞아 2000년에 아랍인 본당과 혼인잔치기념성당으로 재건축됐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