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발에 밟히는 풀이 있다. 바로 ‘질경이’다. ‘질’은 길을 뜻하고, ‘경이’는 줄기나 잎이 땅에 납작하게 퍼져 있는 모양이다. 곧 질경이는 땅에 낮게 붙어 자라며, 줄기와 잎이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한자로는 ‘차전초(車前草)’라고 하는데, 이는 ‘수레가 지나간 자리에서 자라는 풀’이라는 뜻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길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도 밟혀도 잘 죽지 않고 생존한다. 이처럼 질경이는 밟혀도 다시 일어나고, 뽑혀도 뿌리를 깊게 내리며 되살아난다. 그 생명력은 그야말로 끈질기다.
질경이를 보며 문득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신앙도 그러해야 함을 깨닫는다. 질경이는 강하지 않다. 커다란 나무처럼 자랑하지도 않는다. 연약함 속에 강인함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식물이지만, 어떤 장애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끈질긴 신앙의 힘으로 시련을 극복하는 것과 같다.
신앙생활의 여정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 때로는 상실과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리 삶을, 아니 신앙을 무너뜨리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신앙이 있는 사람은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선다. 우리 신앙의 조상들처럼 말이다.
신앙은 질경이의 뿌리처럼 끈질겨야 한다. 그 뿌리는 겉으로 볼 수 없지만, 땅속 깊이 뻗어있기에 어떠한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는다. 신앙은 우리 삶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외부의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다. 질경이가 비바람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듯, 신앙은 우리에게 고난 속에서도 굳건히 서 있을 힘을 준다. 질경이는 어디에서건 볼 수 있는 단순한 풀이지만, 그 내면의 강인함으로 자신을 지탱한다. 신앙은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다. 질경이를 통해 신앙을 돌아본다.
신성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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