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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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사도직 현장에서] 종합 선물 세트처럼

참 빛 사랑 2024. 6. 28. 15:58
 


수도 공동체 안에서 여럿이 모여 살다 보면 ‘이대로면 못 할 일이 없구나’ 싶을 때가 있다. 각 사람이 가진 솜씨가 달라서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딱 맞는 재주를 부리곤 한다.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일 년에 두 번, 봄에는 서울에서, 가을에는 부산에서 진행하는 ‘디딤돌’ 모임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담긴다.

모임을 알릴 포스터도 필요했고, SNS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무엇인가도 필요했다. 네모난 공간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탁자 덮개와 커튼도 만들어야 했고, 황량한 벽을 채워줄 그림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모임 장소로 오르는 계단 벽도 너무 휑했다. 고민이 채 끝나기 전에 내 발은 자매들에게로 향한다. 곧 재봉틀이 돌아가고, 누군가는 컴퓨터 앞에서 웹자보를 디자인하고, 누군가는 솜씨 좋게 인형을 만들어 걸어준다.

삶과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보면서 ‘저걸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여드리면 어떤 말보다도 효과가 있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만 내 일이다. 우물쭈물하다 보면 누군가는 그림책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고, 사진을 전해 받은 누군가는 음악을 입혀 영상을 편집하고, 또 누군가는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서른 명 넘게 함께 사는 공동체에는 목소리 좋은 이도 있고, 기계를 잘 다루는 이도 있게 마련이다.

모임 날이 다가오면 선물 받은 과자를 챙겨주고, 식혜나 수정과를 만들어주고, 예쁜 꽃으로 분위기를 더해주는 자매들도 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모임 장소를 둘러보고는 그동안의 변신을 한껏 칭찬하여 나를 춤추게 하는 이도 있다.

매주 모임이 끝날 때마다 다들 오셨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물어봐 주고 수고했다는 말도 잊지 않는 자매들, 내가 나누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자매들 덕분에 고단함도 쉽게 잊어버린다. 이 지면을 빌려 사별 가족 모임 ‘디딤돌’을 위해 관심과 격려를 보여주신 분들과 선뜻 손과 발과 마음을 내주고 시간을 나눠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남주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