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코로나19 사태로 가난한 이들·노동자 삶 악화 우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각국의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협력해달라고 연이어 요청했다. 교황은 지난 12일 세계 시민사회운동 단체 대표들에게 “지금이야말로 보편적 기본소득의 보장에 대해 고려할 때”라며, 각국의 국민 기본소득 보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교황은 “기본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이면서도 그리스도교적인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보장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코로나19가 노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노동자 33억 명 중 81%인 약 27억 명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국제노동기구는 “올해 2분기 세계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6.7% 줄어들 것을 예상하며 이는 1억 950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의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생계유지에 허덕이고 있다.
교황의 보편적 기본소득 보장을 지지하는 발언은 교황이 지금까지 강조해온 인간 중심의 경제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교황은 교황직 초기부터 가난과 부, 정의와 불의, 건강한 금융과 부패한 금융에 대해 재차 강조해왔다. 오늘날 경제와 금융은 품위 있게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인간의 기본 소명과 연대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자주 잊어버린다고 지적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친교의 경제’ 대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회사가 정의와 참다운 결속을 이루기를 바라는 기업인, 경영자, 생산자는 잘못을 저지르고 집을 떠난 이들이라도 그들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근근이 살아가지 않고 언제든 일자리와 품위에 걸맞은 정당한 소득을 희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부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사람도, 심지어 반역자라 할지라도, 돼지들이 먹는 열매 꼬투리나 도토리를 먹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사회의 재난 기본 소득에 대한 정치적 논란에 이용되기도 했지만, 교황의 주된 관심은 사회의 뒷전으로 밀려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있다. 교황이 경계하는 자본주의의 위험은 사회를 연대 의식에서 멀어지게 하고, 사람을 소외, 착취, 부패, 무관심으로 이끄는 것에 있다.
허인(힐라리오, 가톨릭대 경제학) 교수는 “교황이 가진 경제학의 기본 개념은 모든 사람에게 소득을 나눠주라는 개념보다는 사회적 약자 즉,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라는 것”이라며 “더 이상 노동에 대한 보상을 시장의 논리에 맡길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사람의 노동력이 자본의 노동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람의 노동이 자본과 기계, 통신으로 대체되면서 노동에 대한 보상은 떨어져 노동자는 생계유지에 대한 보장조차 어려워졌다”며 “결국에는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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