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 찾아 이발 봉사하는 성심이용원 김택근 이발사
▲ 김택근씨가 13일 영등포 쪽방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이발사를 필요로 합니다. 봉사하기 참 좋은 직업이지요.”
한 달에 한 번 영등포 쪽방촌 밑 고가도로에는 비닐 천막으로 만든 간이 이발소가 들어선다. 이 이발소 주인은 쪽방촌에서만 12년 동안 봉사를 해온 이발사 김택근(베드로, 61, 수유1동본당)씨다.
서울 수유동에서 성심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위질을 한 지 28년이 넘었다. 쪽방촌 외에도 사랑의 선교회를 통해 장애인과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해왔다.
“하느님께 보답하는 일일 뿐 이렇게 주목받을 일이 아닙니다.” 쪽방촌에서 만난 김씨는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1973년 이발사 자격증을 딴 이후부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이발을 해주고 있다.
김씨는 이재을(서울대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담당) 신부와 인연을 맺으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이용원 손님이었던 이 신부와 대화를 하다 봉사 활동에 관해 말이 오갔고, 그 자리에서 이 신부가 사랑의 선교회를 소개해 준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하느님께서 신부님을 통해 나를 봉사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가평 꽃동네와 서울 은평의 마을을 찾아가 장애인들과 홀몸노인, 노숙인들의 머리를 손질해줬다. 평일에는 생업에 열중하고, 주일에는 각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머리 자를 돈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노숙인의 돌발 행동에 생명을 위협받기까지 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지체 장애인의 머리를 다듬기 위해 무릎을 꿇고 때로는 엎드려 ‘맞춤형 이발’을 하기도 한다.
유일하게 쉬는 날에도 쉬지 않고 봉사 활동을 하니 김씨의 몸이 견뎌낼 리 만무했다. 점점 몸이 아파져 오고 힘이 들었다.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 머리를 다듬어줬던 사람이 한 달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그래서 요즘은 영등포 쪽방촌과 사랑의 선교회에서만 봉사하고 있다.
김씨가 이발 봉사를 가는 날 차량 봉사를 해주는 든든한 응원군도 생겼다. 김씨의 열성에 감동한 본당 신자들이 ‘사랑의 반석회’를 조직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동참한 것이다. 김씨 역시 반석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활동을 하는 게 꿈이다. 그는 “종종 마라톤 대회도 나가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용원을 운영할 힘이 남아있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를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계속 봉사를 했습니다.” 한겨울 비닐 천막에서 쪽방촌 어르신들의 머리를 만지면서 환하게 웃으면 남긴 김씨의 말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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