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새해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이란 ‘나타남 혹은 나타내어 보여줌’이라는 뜻으로, 주님 공현이란 말은 주님께서 스스로 당신 자신을 공적으로 세상에 나타내 보이셨다는 것입니다.
복음에는 동방박사들이 먼 길을 걸어서 아기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별을 보고 구세주의 탄생을 알아내고, 먼 곳에서부터 예루살렘까지 와서 구세주를 찾았습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의 인도로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구세주를 만난 것에 기뻐하면서 예물을 드렸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유다인이 아닌 이방인이었습니다. 이는 유다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도 예수님을 구세주로 공경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즉, 예수님은 유다인들만의 구세주가 아니라 모든 이의 구세주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을 평생 찾아야 하는 분입니다.
동방의 세 박사는 아기 예수님께 선물로 황금, 유향, 몰약을 예물로 드렸습니다. 황금은 가장 값어치 있는 선물로 당시에는 임금께만 바치는 보물이었습니다. 이는 아기 예수님을 이 세상의 진정한 왕으로 알아보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유향은 사제들이 제사 때 분향하는 일종의 향료로, 기도의 상징입니다. 제사 때 향을 피워 분향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하느님께 올려바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몰약은 시체에 바르는 방부제의 일종으로, 슬픔과 고난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고난과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실 분임을 알아보았다는 위대한 예언이 담겨 있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구경거리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참된 예배와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들은 별의 인도로 찾아낸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고 감사하며 최대의 정성으로 예물을 봉헌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은 진리를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머나먼 길을 별을 보고 찾아와 예루살렘에서 구세주의 탄생을 알아냅니다. 오늘 복음에서 아기 예수님은 포대기에 싸여 말구유에 누워 계셨습니다. 한없이 작고 약한 구세주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구원의 보편성과 개방성이 신비롭게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찾아야 하는 것은 바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 자체이시며 선으로 우리를 인도하시며 우리를 행복에 다다르게 해주십니다. 주님은 진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발견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리가 바로 주님께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도 올 한 해 동안 진리를 찾고 진리 안에서 사는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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