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여론사람들

[시사진단]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참 빛 사랑 2024. 5. 17. 17:18
 

2024년 전 세계는 선거 열풍으로 시작되었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형국 속에 치러진 타이완 선거가 세계 이목을 끌었고, 한국의 총선거 역시 향후 한일관계 및 한중관계의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진행될 일본 여당의 총재선거, 그리고 올 11월 미국 대선은 세계질서를 뒤흔들 선거가 될 것이다.

선거 열풍 속에서도 여전히 전 세계를 불안과 예측불가능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계속되는 전쟁이다. 이미 3년이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미 대선 후보 중 1인인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가 미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에서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유다인들이 주요한 위치에 있는 서방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책에 겉으로는 반대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나서고 있지만, 강경파가 장악한 이스라엘 정부는 민간인 피해가 나더라도 테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두 곳에서의 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가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두 전쟁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로 인해 전 세계 여론이 어느 한 쪽을 두둔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대체로 전체주의보다는 민주주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동정적인데, 두 전쟁은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우선 지목되어야 할 문제는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는가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 이스라엘의 강경한 팔레스타인 정책이 전쟁의 배경이 되었지만, 러시아와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동정표가 가야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유로 대통령 선거를 연기했다. 5월 20일까지 선거가 치러지지 않으면 현 대통령의 임기가 자동 연장된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민간인 피해를 가져왔다. 만약 서방에서 이 정도 규모의 테러가 발생했다면 2000년대 초와 같은 테러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전쟁을 먼저 일으킨 하마스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난민수용소까지도 초토화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 실패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켄트대학에서의 반전시위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전범재판은 승자의 재판이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명확한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로 전쟁을 먼저 일으킨 국가의 책임이었다. 둘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이었다. 이 두 책임이 이후 강대국에도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논란도 있지만, 지금 두 곳에서 진행되는 전쟁이 진흙탕 싸움이 되는 이유는 전쟁 관련 국가들이 이 두 가지 책임으로부터 모두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두 전쟁은 한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박태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