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종합
“낙태는 여성만의 문제 아니다”
참 빛 사랑
2025. 6. 4. 13:02

“낙태에 대한 일방적 비판보다 피해 여성 위해 봉사·지원해야”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말하길 악의 배후에는 ‘좋아 보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거짓말하는 이유는 이 거짓말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란 착각을 해서라는 거죠. 낙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아래 임신 36주차 태아까지 낙태되는 현실에서 로마 교황청립 레지나 아포스톨로룸 대학 생명윤리학 교수 조셉 탐 신부는 “잘못된 이해를 고쳐나가기 위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째 입법 공백이 이어지며, ‘비범죄화’된 낙태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 반포 30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탐 신부는 “낙태논쟁에 있어 그러한 ‘확신’들이 대화를 방해한다”며 “대화에 앞서 상대방의 배경과 편견, 아울러 내가 지닌 편견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명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대화’가 필요하지만, 낙태 문제에서는 찬반 대립이 극명하다. 탐 신부는 “참된 회심은 진실에 있어 스스로도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며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태도로는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이 왜 낙태를 고려하는가?’ ‘낙태를 찬성하는 이들은 왜 그런가?’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대화는 ‘연대’로서 갈등의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다. 탐 신부는 “낙태는 항상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남성과 가족, 사회 시스템, 편견과 낙인, 입양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여성에게 낙태를 고민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을 위해 우선 봉사하고 지원하는 교회적 실천이 낙태에 대한 일방적 비판보다 태아 생명을 구할 궁극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탐 신부는 “생명의 문화를 이끌어내는 데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탈렌트를 기반으로 누구는 묵주기도, 누군가는 생명교육·봉사활동을 하면서 진리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무고한 생명을 지키고자 한다면, 마더 데레사 성녀가 한 여성에게 ‘당신이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면 내가 키우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희생이 전제된다면 생명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요.”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