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사람들
빈곤, 인간보다 경제 이윤에 가치 둬 발생
참 빛 사랑
2025. 2. 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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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단순히 소득이 낮은 상태가 아니라, 선택의 자유가 빼앗긴 상태입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 노숙인들과 27년간 관계를 맺으며 빈곤 문제를 연구해 온 예수회 시모카와 마사츠구(일본 조치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신부가 방한해 14일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가난의 구조와 인간 존엄의 가치에 관해 역설했다.
“노숙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삶의 구조를 알고 싶어 예수회에 입회했습니다.” 마사츠구 신부는 수도회 입회 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일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노숙하고 있는 ‘산야’라는 마을을 방문했다. 당시 노동성 직원은 ‘이 사람들이 일본의 전후 경제를 재건할 수 있었던 동력’이라고 설명했지만, 거리에서 생활하도록 방치한 것에 의문을 품었다. 예수회에 입회하게 된 것도 이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서였다. 그는 입회 후 아시아 곳곳의 노숙인들을 만나러 다녔고, 관구장 권유로 경제학을 공부했다.
마사츠구 신부는 “빈곤의 구조는 ‘가치의 서열’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선이나 인간 존엄성과 직결되는 ‘문화적 가치’가 가장 상위의 가치로서 ‘정치’에 반영되고, 그 방향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흐름이 이상적인 가치의 서열”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거꾸로 시장의 효율성에서부터 가치의 서열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마사츠구 신부는 “시장의 자율성에서 시작하면 매우 효과적인 부분이 있지만, 효율성에 손해를 가져오는 사람이나 조직·지역을 배제하는 힘이 커진다”며 “기본적으로 빈부의 격차는 확대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경제적 힘이 정치와 정부를 조종하고, 인간 존엄은 가장 나중에 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관계 맺고 있는 300여 명의 노숙인 이름을 모두 외운다”면서 “빈곤에 대한 관점을 ‘자유’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저도 노숙인들에게서 비참한 상황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고통스러운 예수님 말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곳에 부활하신 빛의 예수님이 계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능성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사츠구 신부는 “일반적으로 빈곤을 얘기하면 소득을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빈곤은 자유의 문제”라며 “빈곤 해소는 곧 자유를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 기업 이윤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바탕으로 경제를 통제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나라를 초월한 공감과 연대를 추진해나가야 하고, 이 공감을 심화시키는 데 교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먹을 게 없어 굶는 이들과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은 모두 먹지 않는 상태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자유의 문제인 것이죠. 빈곤은 선택의 자유가 빼앗긴 상태입니다. 자유를 되찾아 오는 발전(Development)의 과정이 그들 스스로, 또 ‘주체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저도 노숙인을 만날 때 ‘이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단순히 그들의 필요성이 아니라, 그들의 존엄성을 진심으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우리가 가난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어려운 이웃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진실함이 동반돼야 합니다. 그들은 사회 변혁의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